[기고] ‘네카라쿠배당토’와 AI 시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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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동서대 소프트웨어학과 학과장

필자는 최근에 1980년대 후반, 집에서 컴퓨터와 함께 찍힌 사진을 보면서 새삼 놀랐던 적이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시절에도 필자의 주변에는 컴퓨터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컴퓨터라는 거대한 기계를 사용하는 목적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거나 처리하기 위해서였고,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릴 적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아직도 생생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첫 기억은 바로 90년대 초에 ‘뉴턴(Newton)’이라는 과학잡지를 볼 때의 일이었다. 잡지의 일부 페이지에서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암호로 되어있는 듯한 영어, 기호 그리고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그 암호를 직접 입력해서 확인하라고 하였다. 아버지 도움을 받아 암호를 키보드로 입력하고 과학잡지 속에 있는 사진들을 컴퓨터 모니터에서 그대로 확인하게 된 경험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월드 와이드 웹(WWW)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미줄(web)처럼 복잡하게 엮인 공간을 의미한다. 혹자는 인류가 만든 것 중 가장 거대하고 널리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93%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88%, 정보 습득의 86%, 엔터테인먼트의 95%가 인터넷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의 산출물들이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만들어지고 있다. PC의 소프트웨어에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까지 가세하여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2011년 8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는 글이 실렸고, 2015년 뉴스위크의 탑 테크 트렌드에는 ‘이제 모든 기업이 SW 기업이다’고 소프트웨어의 혁명 시대를 선언했다. 소프트웨어로 인한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를 패러디라도 하듯이 요즘은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는 말이 있다. 내연기관인 자동차에 소프트웨어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고, 전기차의 경우에는 전장부품의 비중을 70%로 늘릴 만큼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렇듯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분야가 다양하다. 데이터 수집, 저장, 처리부터 시작해서 자동화, 최적화, 과학적 의사결정이나 지식 창출 등 우리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16년 3월 15일 이후 ‘포스트 알파고 시대’, 즉 본격적인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가 열게 된 것도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컸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곧 인공지능의 실현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의 대학은 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이 되어, 4차 산업을 선도하는 SW전문·융합인재 양성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기존 컴퓨터공학부 학부 체제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개발 전문 인재양성을 위해 소프트웨어학과로 개편을 했다. 또한 AI공학과 빅데이터 전공의 AI심화트랙을 이수할 수 있는 복수 학위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개발자 연봉 1억 원의 시대라고 한다. 학생들은 ‘네카라쿠배당토’ 신조어를 주문처럼 외우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신조어는 국내 IT기업인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토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이다. 포스트 휴먼은 단순한 개발자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겸비한 개발자를 의미할 것이다. 개발자 전성시대에서 소프트웨어라는 탄탄한 기반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전공한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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