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꿈꿨던 민주 부울경 3단체장 ‘암울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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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화려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진보 진영이 부산·울산·경남(PK) 3개 광역단체장을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그 끝은 암울하다. 3명의 PK 시도지사가 순차적으로 퇴출되거나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얄궂은 운명’이기도 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지사직을 상실했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기사회생해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고 법원은 그의 ‘생환’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가 2017년 3월 이른바 ‘드루킹 댓글여론조작’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지 4년 4개월 만에 김 지사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정지됐다. 부산시장 선거 4수 끝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350만 부산시민의 수장 자리를 꿰찼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지난해 4월 임기 2년도 안 돼 시장직에서 물러 났다. 오 전 시장이 물러난 자리는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당선
‘보수 정당 전유물’ 공식 깨며 ‘기대감’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으로 사퇴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 중
김경수 경남지사도 결국 중도 이탈
“민주당 당선, 이젠 어렵다” 여론 팽배

오거돈·김경수와 함께 ‘민주당 지방권력’ 시대를 열었던 송철호 울산시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하명 수사 의혹의 당사자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에 70대 중반이 되는 송 시장이 향후 ‘세대교체’의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이들 세 사람은 PK 지방선거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여기엔 ‘영광’과 ‘상처’가 동시에 포함된다. 보수 정당의 전유물이었던 부울경 시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7회 지방선거가 처음이다. 그 전에는 단 한 번도 민주당계 정당이 이긴 적이 없다. 그것도 오 전 시장(55%)은 자유한국당 서병수(37%) 후보를 18%포인트(P) 차이로 이겼고, 송 시장(52%)도 김기현(40%) 후보를 12%P로 눌렀다. 김 지사(52%) 또한 ‘선거의 달인’으로 통했던 김태호(42%) 후보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시대’는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임기의 대부분을 재판에 시달리다가 중도 하차해야 했고, 오 전 시장은 ‘평생의 소원’이었던 부산시장 자리를 ‘오명’을 쓰고 내줘야 했다. 송 시장도 울산시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거법 재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오·철·수 트리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민주당 지방권력’을 조기에 마감한 데 대한 ‘원망’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불안’이 원인이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부울경에서 민주당 광역단체장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부산시장 보선에서 국민의힘 박형준(62%) 부산시장이 민주당 김영춘(34%)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민주당 소속 출마 예정자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과거 실패의 길을 다시 걷게 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한다. 민주당은 1~6회 부울경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자리를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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