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199명으로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기간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하루 확진자가 1만 명대에 이르는 통제 불능 상황이 이어지자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도 9일 연속 1만 명 이상 증가
‘빈 주사기’ 백신 스캔들까지 더해
“총리 물러나라” 도심 반정부 시위까지

22일 말레이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확진자는 1만 1985명 추가돼 누적 95만 188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도 199명 추가돼 지금까지 모두 7440명이 숨졌다.

신규 확진자 대다수가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최근 확진자 가운데 54.6%는 무증상자, 43.6%는 경증 감염자로 98% 이상이 저위험군”이라고 밝혔지만, 일일 사망자 수는 연일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확진자 폭증 사태를 겪자 지난달부터 필수업종을 제외하고는 문을 닫고, 식료품 구매 등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금지하는 대대적인 봉쇄령을 시행했다. 지난달 초 급증세가 잠시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13일부터 9일 연속 하루 1만 명 이상 확진자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국공립 병원의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을 민간병원에 이송하기로 했다. 앞서 수도권 국공립 병원들은 응급실 앞마당에 간이 병상을 설치하고, 군 병원 지하 주차장을 코로나 병동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백신을 접종하는 의료진이 빈 주사기를 썼다는 신고까지 잇따라 경찰이 3건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보건부 차관은 “의료진이 백신 액을 채우지 않은 빈 주사기를 썼다면, 이는 피로가 누적돼 일어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곤한 의료진은 윗사람에게 알리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일해야 한다”며 “만약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빈 주사기를 썼다면 이는 잔인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무히딘 야신 총리는 코로나 급증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야당과 국민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운동은 검은 깃발을 내세우는 ‘흑기 운동’으로 대표된다. 시위대 40여 명은 지난 17일 쿠알라룸푸르 머데카 광장에 모여 흑기를 흔들고 시신 모형을 전시했다. 경찰은 시위대 대표 3명에게 봉쇄령 위반 혐의로 각각 2000링깃(55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박태우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