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가 등유로’… 통영에 국내 첫 해양폐기물 순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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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1번지’ 경남 통영은 폐어구 처리법도 남다르다?

양식장 폐스티로폼 부표나 버려진 그물에서 ‘실내 등유(백등유)’를 추출하는 정제시설이 통영에 선다. 어로 활동에 수반되는 폐기물을 순환 자원으로 탈바꿈시킬 국내 최초 어업폐기물 재활용 시설이다. 여기에 최근 해양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된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어 해양환경 보호와 유류 생산을 통한 지방재정 충당까지, 일거양득 효과가 기대된다.

폐스티로폼·폐그물 분쇄 후 정제
하루 15t 처리, 9100L 생산 가능
환경 보호·유류 판매 ‘일거양득’
내년 말 시설 준공 후 가동 전망

26일 통영시에 따르면, 시는 150억 원(국비 50%, 도비 15%, 시비 35%)을 투입해 국도 67호선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 ‘(가칭)해양자원 순환센터’를 건립한다고 26일 밝혔다. 순환센터는 대지면적 9634㎡에 연면적 1721㎡의 지상 2층 규모다. 폐스티로폼 단면적을 80% 이하로 줄이는 압축기와 고온 열분해 시설, 선별장, 파·분쇄기, 건조기, 저장호퍼, 대기환경방지설비, 백등유 저장소, 폐가스 완전 연소기 등을 갖췄다.

통영은 굴, 멍게, 활어양식 등 기르는 어업을 비롯해 멸치, 붕장어, 꽃게, 각종 어류를 어획하는 잡는 어업이 두루 발달한 수산 도시다. 하지만 어업 규모만큼 사용되는 어구도 많아 매년 상당량이 버려지거나 방치돼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각종 이물질이 묻고 염분까지 머금은 폐어구는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일부만 재활용되고 대부분 소각돼 2차 오염을 유발한다. 이런 폐어구를 포함해 통영에서만 한해 1200t의 해양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순환센터에선 이를 재활용해 백등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선별기, 분쇄기를 거쳐 잘게 부순 후 고온에서 분해해 정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 고주파 열 유도와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해 다양한 온도변화를 가한다. 유리나 고무, 쇠, 돌, 나무, 종이, 섬유, PVC 재질을 제외한 거의 모든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시설에 공급되는 모든 물질은 환원·정제되고 탄화물(잔사)은 재사용한다. 또 24시간 365일 연속 운전, 열·전기 순환 시스템도 적용해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하루 최대 15t의 폐기물을 처리해 매일 9100L, 연간 320만L의 백등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통영시 설명이다. 백등유는 유항분 0.04% 이하 정제도 높은 기름으로 수요처는 충분한다. 자동차 연료를 제외한 선박 연료, 유리(비닐)온실, 가정용 보일러, 사우나, 소금공장, 화력발전소, 시멘트·아스콘 공장, 산업용 건조기, 캠핑장, 섬 자가 발전소(연료첨가제 추가) 등에 대체 연료로 판매할 수 있다.

시는 1L당 500원에 연간 24억 원어치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경우 8억 5000만 원 상당의 세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시설 준공과 가동은 내년 말로 잡았다.

이미 지난 5월 시설 현장검증까지 마쳤다. 당시 용융점이 낮은 폐스티로폼, 비닐류의 유화 시설 절대온도 실증 값을 찾는 과정을 선보였는데, 기대 이상이란 평가가 나왔다. 시는 2025년까지 추진되는 친환경부표 교체사업 시 배출될 600만 개 상당의 폐부표도 이 시설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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