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필환경… 완충 포장재 비닐 “No” 종이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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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왼쪽부터 ‘컬리 퍼플 박스’ CJ온스타일 ‘이지 오픈 테이프’ 롯데호텔 ‘무라벨 생수’ 생활공작소 ‘FSC 인증 종이 완충 포장재’. 각 사 제공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유래 없는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소비자 사이에 ‘필(必)환경’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이 주요 소비 채널이 된 요즘, 급증한 택배 물량에 따른 포장재 쓰레기 배출 고민도 부쩍 늘었다.

이에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유통업계에서는 가치 소비 흐름에 발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포장재를 환경을 고려한 재질로 변경하거나 포장 단계를 간소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유통 체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패키징 개선안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택배 포장재 쓰레기 고민
유통업계, 환경 재질로 개선·포장 단순화
롯데호텔 객실 제공 생수 ‘무라벨’ 계획
주방세제 라벨 분리 쉽게 ‘비접착면’ 제작
생활공작소 “친환경 소재 패키지 만들 것”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필환경이 주요 소비 키워드로 부상하기 시작한 2019년,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생활공작소는 배송 시 사용되는 완충재를 종이로 교체해 지속 가능한 유통 환경 구현에 나선 바 있다.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품질, 가격, 디자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본을 지키는 제품만을 선보이는 생활공작소가 포장재에도 ‘지구를 보호한다’는 기본적인 가치관을 담아 필환경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2019년 6월부터 비닐 에어캡 대신 도입한 완충 포장재는 FSC(산림관리협의회)가 인증한 종이를 사용해 제작됐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천하는 산림에서 생산된 목재 제품임을 증명하는 FSC 인증 재지로 포장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필환경 문화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에는 베이킹소다 주방세제를 리뉴얼 출시하며 쉽게 제거하는 ‘이지 필 라벨’을 도입했다. 라벨 우측 상단에 위치한 뜯는 곳 표시의 일부분을 비접착면으로 제작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누구나 손쉽고 간편하게 분리배출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공작소 관계자는 “제품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 되는 배송 박스용 포장재에도 ‘기본을 지키고, 생활을 만든다’는 신념을 담기 위해 비교적 빠른 시기에 종이 완충재를 도입했다”면서 “보다 더 환경에 보탬이 되고자 향후에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패키지를 직접 제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 서비스를 정식 오픈하며 서비스 범위를 전 고객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샛별배송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퍼플 박스나 개인 보냉 박스를 비치해두면 배송인이 냉장·냉동식품을 해당 박스에 담아 배송을 완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염이나 파손에 취약한 식품류의 경우 재생 원료를 60% 이상 사용해 자연 순환성을 높인 특수 비닐에 별도 포장해 배송한다. 이 비닐 또한 고객이 다음 주문 때 집 앞에 내놓으면 최대 2장까지 회수해 재활용한다.

CJ온스타일은 포장 재질 개선과 올바른 분리 배출을 장려하는 ‘에코 패키징 투게더’ 캠페인의 일환으로 포장재의 수월한 개봉과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이는 ‘이지 오픈 테이프’를 도입해 운송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접착제를 도포하지 않은 가장자리 5mm 부분을 잡고 당기면 별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깔끔하게 테이프와 포장재를 분리할 수 있다. 일반 테이프 대비 비닐 폐기량 저감과 박스 재활용률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 협력사까지 해당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이즈별 적정 포장 기준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운송업계 내 환경친화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호텔은 6월 발표한 신규 ESG 경영 슬로건 ‘그린 스테이 위드아웃 어 싱글 유즈(Green Stay without a Single Use)’를 실현하며 본격적인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호텔업계 최초로 국내 3개 브랜드 호텔(롯데호텔·L7호텔·롯데시티호텔) 객실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무라벨 생수’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라벨 생수가 도입되는 호텔은 총 15곳이다. 앞서 롯데호텔은 객실비품으로 제공하는 욕실 어메니티를 다회용·대용량 용기로, 호텔 내에서 사용하는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기도 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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