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온열질환 주의보, 낮 시간대 외출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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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만 5372명에 이르고, 올해에만 두 달 사이에 436명이나 발생했다. 무더위가 지속될 땐 한낮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지난달 말 캐나다 서부의 기온이 50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한여름에도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보이는 캐나다 서부에서 역사상 최고의 폭염이 2주 넘게 지속된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8년, 하루 중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폭염일이 전국 평균 31.5일(열대야 17.7일)로 최장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에 달해 최근 100년간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렇듯 폭염일수가 증가함에 따라 온열질환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일사병·열사병·열경련 등 대표 질환
목 마르지 않아도 물·과일 섭취하고
두통·어지러움 등 냉방병 발생 대비
실내서 과도한 에어컨 사용 피해야


■올해 두 달간 온열질환자 436명

온열질환은 햇볕이 따갑고 기온이 높은 오후 주로 야외에서 일이나 운동을 하다 기운이 없어지고 어지러워지거나 근육경련 등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땀이 많이 나고 체온 40도 이상 고열은 없지만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 두통, 근육경련이 발생하는 ‘열탈진(일사병)’이 온열질환 중 가장 흔한 증상이다. ‘열사병’은 체온 40도 이상의 고열을 나타내나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의식이 흐려지며 혼수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어지럽고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열실신’, 근육경련이 주로 발생하는 ‘열경련’ 등도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1~2020년 10년간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1만 5372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43명에 달한다. 올해엔 5월 20일부터 최근까지 약 두 달 만에 436명이나 신고됐다(질병관리청).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9명보다 1.3배 많은 수치로, 벌써 6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 20일부터 ‘열돔 현상’으로 인한 폭염이 이어져 온열질환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열돔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만나 정체돼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압력솥 뚜껑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기온을 계속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최고 35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고령자, 야외 근로자 주의 필요

온열질환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야외에서 주로 발생한다. 올해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를 보면 건설현장, 제조·설비현장, 논·밭 등 85.5%가 실외였고, 식당, 집 등 실내에선 14.2%였다. 따라서 고령자(특히 혼자 사는 노인), 야외 근로자,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은 더운 오후 시간에 야외 작업장이나 논·밭 등에서 오래 활동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이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한꺼번에 심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가정의학과 유선미 교수는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만난 고속도로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아무리 더워도 긴 옷을 입고 수건을 두르고 정수기에 꽂는 20리터 생수통을 옆에 두고 있다. 오후엔 해가 기울어질 때까지 일을 하지 않는다”며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인데, 여름철엔 실외나 환기 잘 되는 곳에선 다소 가벼운 덴탈용 마스크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실내에서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통, 손발저림, 소화불량 같은 냉방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체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복잡한 자율신경계를 가동하는데, 5도 이상의 기온 차가 나면 적응하기 어렵다. 여름의 더운 날씨에 적응한 상태에서 냉방을 가동한 실내에 오래 있으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과 자율신경계 기능변화가 발생하면서 냉방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외부와 실내 온도 차이를 5~8도로 유지하고,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가동시간을 줄이거나 실내에서 벗어나 잠시 더운 곳에 머물며 에어컨의 냉방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도록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되 이뇨작용이 있는 카페인 섭취는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온열질환 의심 땐 시원한 곳으로

온열질환이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체온을 내려야 한다. 이때 에어컨을 세게 트는 것보다는 옷을 벗기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부채나 선풍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근육경련이 난 부위를 마사지하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유선미 교수는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의식이 흐리거나 없을 때 물을 먹이면 질식의 위험이 있으니 억지로 먹이면 절대 안 된다”면서 “이온음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의식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119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하고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식이 있는 열탈진이나 열경련은 대부분 응급조치로 회복되지만, 1시간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식이 있더라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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