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남성도 ‘고환조직수술’로 임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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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세화병원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이 환자를 시술하고 있다. 세화병원 제공

1980년대까지 무정자증 남성의 임신은 어려웠다. 1990년대 초 현미경을 보면서 정자 한 마리를 잡아서 난자 안에 정자를 넣어주는 미세수정술이 개발되며 정자수가 적거나 정자 운동성에 힘이 없는 남성난임은 물론이고 정자가 한 마리도 없는 무정자증 남성의 임신도 가능하게 됐다.

무정자증 환자가 임신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환조직수술로 수정 가능한 정자를 찾아야 한다. 정자는 고환의 가느다란 관 안에 있는 생식세포에서 남성호르몬 영향을 받아 자란다. 수술을 통해 한 곳에 정자가 없다면 다른 곳을 찾아도 정자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 반면 한 곳에서 정자가 발견된다면 다른 곳에서도 정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고환조직수술을 잘 한다 해서 여러 곳의 수술 부위에서 정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환조직수술을 비뇨기과, 혹은 시험관아기를 시술하는 난임전문병원에서 할지 고민하는 환자도 많다. 비뇨기과에서 수술할 경우엔 냉동보관된 정자를 난임전문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난자 안에 정자 한 마리를 넣어주는 미세수정술은 난임전문병원에서 하기 때문이다.

무정자증의 임신율은 고환조직수술보다 현미경으로 고환조직에서 정자를 찾고, 정자를 냉동보관했다 해동하는 과정에 더 영향받는다. 이 과정은 미세수정술과 수정란을 체외배양하는 난임전문병원의 난임의학연구소에서 경험 많은 연구원에 의해 다뤄진다.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무정자증 환자에게서 고환조직수술 후 수정 가능한 정자가 나왔다면 임신율은 여성의 난소 나이에 좌우된다. 난소 나이가 젊으면 그만큼 성숙된 난자가 많이 나오므로 임신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정자증 남성이 임신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고환조직수술은 그 중 첫 단계다. 고환조직수술 후 정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임신 포기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기를 원할 경우 다른 사람 정자를 사용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한다면 본인이 직접 정자를 구할지, 난임전문병원의 정자은행을 이용할 것인지도 결정하게 된다.

이상찬 병원장은 “오늘도 선의의 마음으로 정자를 기증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고 있다. 이 중에 필요한 검사와 학력 등을 확인한 후 선별해 정자기증을 받는다”며 “세화병원 정자은행에는 A·B·AB·O형까지 환자가 원하는 혈액형이 준비돼 있으며, 몇 가지 절차를 거치면 원하는 혈액형의 정자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정자증 환자라도 수정 가능한 정자가 있고, 여성의 난소 나이가 젊어서 성숙된 난자가 많이 나온다면 임신율은 좋을 수 있다. 무정자증 남성은 혼자 고민하지 말고 먼저 난임전문병원을 찾아 상담과 시술계획을 상의해 임신의 희망을 잃지 않기 바란다. 정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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