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대한민국이란 몸에 피를 돌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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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라이프부 부장

아버지가 경남 창녕에 정착한 지 8년가량 됐다. 한번씩 찾아 뵙는데, 코로나19 감염병이 닥친 이후엔 섣불리 가기가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가끔 방역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창녕으로 가 보면 매번 와 닿는 점이 있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읍내에서 차로 15분가량 외곽에 있는 아버지 동네로 가는 길엔 인적이 거의 없다.

나무위키를 보면 창녕군 면적은 532.83㎢에 인구는 6만 700여 명이다. 인구밀도(명/㎢)가 115명 수준이다. 서울은 면적이 605.2㎢에 인구 960만 여명으로, 인구밀도가 1만 6000명이나 된다. 의외로 창녕군과 서울시 면적은 70㎢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밀도는 서울이 창녕의 139배에 달한다(부산 면적은 770.1㎢).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는 창녕에선 코로나가 활개치기 힘들어 보인다. 설령 확진자가 나와도 자연적인 거리 두기로 인해 확산 가능성도 별로 없는 듯하다. 간혹 발생하는 확진자는 주로 읍내 쪽 사람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반면 초과밀 거대도시인 서울은 그야말로 스치기만 해도 코로나에 걸릴 판이다.

감염된 한 사람이 추가로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를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라고 한다. 코로나19의 R0는 2.5 정도로 알려져 있다. 1명의 감염자가 2.5명씩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는 델타 변이는 R0 값이 5 이상이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집단면역 가능 비율을 추산해 보면 전체 인구의 70%보다 많은 최소 80% 정도는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어린이·청소년은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다(최근 고3 수험생 접종 시작). 집단면역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어린이·청소년(17%)을 제외한 성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성인 인구만을 따지면 어림잡아 성인 90%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국 평균 인구밀도의 30배를 넘는 서울,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선 최소 95% 넘는 성인이 백신 접종을 마쳐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코로나에 맞선 K방역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방역 당국과 수도권주의자들의 안일함이 4차 대유행을 불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한 나라, 그 중에서도 고작 10분의 1 지역에 바글바글 모여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망각했다.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자 긴장의 끈을 놓은 것이 거대한 쓰나미로 몰려 왔다. 그 파고가 지금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으로 퍼지는 형국이다.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하지만 그 길은 서울행 일방도로일 뿐이다. 사람과 사회·경제·문화 모든 인프라를 서울과 수도권이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서식지가 되고 있다.

인체로 비교해 보면 서울은 심장과 같다. 심장은 피를 끊임없이 순환시켜 우리 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심장이 피를 공급해 주지 못 하면 몸에 이상이 생기고 병든다. 서울에 몰린 피를 돌게 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진다. 서울의 초과밀을 해소하는 것이 코로나 같은 감염병 유행을 극복할 근본 처방이다. 역시 해법은 지역균형발전에 있다. ky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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