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증관’ 서울행 저지 ‘풀뿌리 연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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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가칭·이건희 기증관) 비수도권 건립을 요구하는 전국 기초지자체가 하나로 뭉쳤다. 서울로 건립 후보지를 압축한 정부 결정이 국가균형발전에 어긋난다며 연대 조직을 꾸려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은 내년 대선 후보들에게 지역의 염원을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전국 18개 기초지자체가 동참하는 ‘이건희 기증관 비수도권 건립 기초지자체 연대(이하 기초지자체연대)’가 다음 달 출범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부산·울산·경남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전남·충남 등 비수도권 곳곳에서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앞으로 동참하는 지자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국 18개 기초자치단체 참여
내달 ‘비수도권 건립 연대’ 출범
해운대구청서 ‘공동 대응’ 요청
부울경 외 TK·전남·충남서 동참
내년 대선 이슈화 등 강력 대응

기초지자체연대는 해운대구청이 지난 8일 수도권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기초지자체에 공동 대응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7일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를 서울로 압축하면서 지역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당시 유치전에 뛰어든 전국 40여 지자체와 지역 문화계 등은 공정한 절차 없이 수도권 일극주의적 결정이 이뤄졌다며 크게 반발했다.

구체적인 대응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연대의 이름과 회칙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 의견 협의를 거치고, 다음 달 초 온라인 실무협의회를 진행한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기관장 2~3명이 공동대표를 맡을 텐데, 간사 지자체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대응 계획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 운동 확대, 릴레이 집회 등 정부 결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다양한 방안이 고려된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주요 정당과 내년 대선 후보들에게 건의문을 전달하며 이건희 기증관 비수도권 건립을 촉구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18개 기초지자체에서 나오는 각종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검증 절차를 통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초지자체연대에는 이건희 기증관 유치에 나선 주요 지자체가 동참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구청사를 내놓은 해운대구, 부산역사에 건립을 제안한 동구 등이 참여한다. 옛 경북도청 자리에 건립을 원했던 대구 북구,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 고택이 있는 대구 중구, 초등학생 500명이 손편지를 보낸 전남 여수시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유치에 나서지 않은 지자체도 문화 분권을 촉구하기 위해 참여 뜻을 밝혔다. 대구가 수성구·달서구·동구·서구·남구 등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이 강서구·부산진구·수영구 등으로 뒤를 이었다. 경남 고성군·밀양시, 울산 중구, 경북 울진군, 충남 아산시도 동참한다.

이건희 기증관 비수도권 건립 촉구는 내년 대선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지자체연대를 제안한 홍 구청장은 앞서 이달 14일 ‘이건희 컬렉션 수도권 유치 반대 범시민 참여 촉구 대회’에서 대선 전까지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구청장은 “대선 후보들이 이건희 기증관 문제를 들고 나오게 될 것”이라며 “그 순간까지 촉매 역할을 하기 위해 시민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건희 기증관과 관련해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고, 내년 3월 대선까지 이 이슈를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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