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기자도 보람 컸지만, 사회에 더 기여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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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해운대경찰서 정보관

“어릴 적 TV에 방영된 ‘경찰청 사람들’을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뒤늦게 꿈을 이뤘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해운대경찰서 인근 한 카페.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해운대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정보2계 정아름(33) 경장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2019년 9월 경찰 제복을 처음 입은 그는 현장에 투입된 지 2년이 안 된 새내기다. 정 경장은 “정보관 생활은 6개월째인데 좋은 선배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3년간 일간지 스포츠팀 기자 하다
서른 살이던 2019년부터 경찰 돼
정보 수집에 기자 경험이 큰 도움

“경찰이 되기 전에는 몇 년간 다른 일을 했어요. 특히 아마야구에 애정을 갖고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정 경장은 2015~2018년 일간지 스포츠팀 야구 기자로 활동했다. 현직 경찰에게 여성 야구 기자 이력도 특이한데 그는 당시 프로보다 관심이 적은 아마야구에 주목했다. 를 연재하며 선수와 관계자 이야기를 다룬 기사 40여 편을 쓸 정도였다. 롯데자이언츠 한동희·서준원 선수도 고교 시절 정 경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강릉고 출신 이인한 선수는 프로 지명 이후 ‘고교 시절 기사를 써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야구 기자도 보람이 컸지만, 사회 전반에 기여하며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찰이 됐는데 기자 경험이 도움이 됐습니다.”

2018년 서른이 된 그는 퇴사한 뒤 경찰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야구를 포함해 스포츠에 한정된 분야를 다루니 갈증이 느껴졌고, 경찰이라는 어린 시절 꿈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이듬해 경찰이 된 그는 해운대경찰서 중동지구대에 근무하며 절도, 주거침입, 폭행 등 각종 사건을 다뤘다. 기자 생활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양쪽 말을 끝까지 듣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었고, 보고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작성해 왔다.

“경찰은 보호가 필요한 많은 분에게 신경을 쓸 수 있는 직업입니다. 국민 안전과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지금의 역할이 뿌듯합니다.”

올해 초 지구대 생활을 마치고 정보관이 된 그는 지역 안전을 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 태풍이나 산사태에 대비해 위험한 지역은 없는지 조사하고, 집회나 시위에서 위법 행위가 없도록 인도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는 포트홀(도로에 난 구멍) 하나도 눈여겨보고 있다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 밤늦게 치매 노인을 찾았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부서에서든 많은 분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정 경장은 해운대구에 사는 치매 노인을 우여곡절 끝에 찾았던 이야기를 해줬다. 휴대전화 너머 파도 소리를 듣고 청사포 일대를 수색했고, 결국 갯바위에서 치매 노인을 찾았을 때 뿌듯함이 컸다고 했다. 정 경장은 더 많은 시민을 돕고, 안전도 지킬 수 있는 경찰을 꿈꾸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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