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구와 ‘26년 수의계약’ 청소업체 , 횡령 혐의 ‘송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연제구청과 26년간 계약을 맺어온 폐기물 수거업체 대표가 억대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연제구청은 해당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연 40억 원 상당의 일감을 주면서도 그동안 예산 집행 내역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화원에 임금 미지급 업체 대표
1억여 원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
2019년 구의회 관련 조례 제정
공개 입찰 바꾸고도 계속 맡겨
20년 이상 ‘깜깜이 예산집행’ 꼴
연 40억 집행 연제구도 ‘책임론’

28일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연제구청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 계약을 맺은 A 업체 대표 B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B 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제구청에서 지급받은 폐기물 수거 업무 예산 중 일부를 환경미화원 등에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1억 원 상당의 금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령 직원’을 만들어 청소 업무를 한 적도 없는 인물에게 급여를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연제구청은 1995년부터 2019년까지 수의계약 형태로 별다른 심사도 없이 매년 A 업체에 일감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도 연제구청은 46억 원의 예산을 업체에 지급한 상태다.

연제구청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업무가 구민 생활밀접형 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예외 규정’을 적용해 수의계약을 고집했다.

연제구의회에서도 A 업체는 쟁점화되었다. 지난해 연제구의회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운영실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관련 조례를 발의해, 경쟁입찰이 시작됐다. 하지만 A 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계약까지 따냈다. 당시 특위는 조사를 통해 A 업체가 청소노동자의 복리 증진과 안전을 위한 장갑, 피복 등 구입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청소노동자에 직접 노무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부당 이익이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연제구청은 구의회의 지적에 따라 처음으로 A 업체의 예산 집행 등 정산 내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부산경찰청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A 업체 대표를 검찰에 송치하고, 보완 수사를 진행 중이다. 횡령 혐의가 드러난 건 최근 5년이지만, 20년이 넘게 연제구청과 계약을 맺어 예산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추가 횡령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연제구청은 업체 측의 횡령 혐의를 인지하면서도, 확정판결 이후 계약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제구청 자원순환과는 “청소 업무 특성상 복잡한 동네 골목을 잘 아는 업체가 계속 업무를 이어나가는 것이 시민 밀착형 업무에 수월하다고 판단했다”며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체결한 계약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생활폐기물 업체 비리 의혹은 비단 연제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동래경찰서는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허위 서류임을 알고도 폐기물 수거업체와 계약을 강행한 동래구청 청소과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19년에는 수영구청과 생활폐기물 수집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환경미화원 수를 부풀려 30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업체 대표가 검거되기도 했다.

연제구의회 정홍숙 의원은 “청소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뒤로하고 업체가 세금을 제 배 불리기에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구청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며 “다른 구·군에서는 여전히 이같은 수의계약이 만연해있고 시민 혈세가 청소 업체에 투입되는 만큼 구청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