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은 말한다 “동래를 빼고 부산 역사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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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중반 이후 금관가야 세력이 점차 약해지고 고구려의 후원을 받은 신라가 강성해 지면서 부산 지역의 사회 문화 전반에 변화가 일어난다. 562년 금관가야의 멸망과 함께 부산은 정치·문화적으로 신라에 통합된다. 신라의 삼국통일(676년) 이후, 지금의 부산은 757년 동래군(東萊郡)이 된다. 이후 고려 때는 동래현, 동평현, 기장현 지역이 지금의 부산이었다. 여하튼 동래는 역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하며 이어져 왔다. 이에 동래의 역사는 온전히 부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박물관 ‘부산의 뿌리, 동래’전
가야부터 고려까지 변천사 탐구
배산성 출토 유물 등 발굴품 공개
동래 정씨 가문의 흔적도 조명

부산박물관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2021년 특별전시-부산의 뿌리, 동래’ 전을 부산박물관 동래관 2층에서 29일까지 열고 있다.

전시는 동래 변천 과정을 위주로 모두 3부로 구성됐으며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1부 ‘동래군 이전에 가야가 있었다’에서는 가야에 방점을 두고, 가야 토기의 변천상과 관련 유물, 복천동과 연산동 고분군·배산성 출토 유물 등을 소개한다. 복천동 고분군에서 나온 것으로 여러 개 삼각형과 사각형 모양의 철판을 가죽끈이나 못으로 연결해 만든 철제 갑옷(판 갑옷)을 비롯해 화살촉, 말 재갈을 비롯한 각종 말 장식품, 칼, 검, 쇠도끼 등의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연산동 고분군은 동해에서 수영강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길목에 만들어졌으며, 조사된 대형 구덩식돌덧널무덤 안에서는 토기, 갑옷, 큰 칼, 창, 말갖춤 등 다량의 껴묻거리(부장품)가 확인됐다. 전시장 한쪽엔 덧널무덤 축조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또 동래 최초의 산성인 배산성은 당시 군사적 요충지로 행정과 경제적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었다.

2부 ‘동래군, 기장현과 동평현을 거느리다’에서는 통일신라시대 한반도 동남부의 중심 고을이었던 동래군의 불교와 화장문화, 의례와 생활문화, 기와 건물의 특수성과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불교문화가 확산하면서 화장 무덤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뼈 항아리의 사용도 빈번해졌다. 전시장엔 부산박물관 소장품으로 경남 산청 석남암 터에서 발견된 높이 14.5㎝의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납석사리호’가 전시돼 있는데, 이를 통해 불교 화장문화를 엿볼 수 있다. ‘납석사리호’는 국보로 지정돼 있다.

3부 ‘동래현, 지방관이 파견되다’에서는 유물에 보이는 동래와 부산지역의 토호인 동래 정 씨 가문의 흔적, 지방 호족 문화, 고려의 다양한 불구(佛具), 당시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조명한다. 전시 유물 중 보물인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은 대승불교의 근본 경전 중 하나로 1380년(고려 우왕 6년)에 간행됐으며, 보통 ‘원각경’이라고 한다.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감지금니묘법연화경’은 1276년(고려 충렬왕 2년)에 간행된 것으로, 줄여서 ‘법화경’이라고 불린다. ‘화엄경’과 쌍벽을 이루는 대승불교 경전이다. 특히,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감지금니묘법연화경’을 별도 독립장에 전시해 관람객이 고려 사경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부산박물관 김동윤 학예사는 “이번 특별전은 새로운 발굴품과 박물관 소장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산의 고대·중세문화를 ‘동래’의 영역 확장과 공간의 변천 과정에서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박물관의 모든 전시 관람은 코로나19로 인터넷을 통한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사전 예약은 부산박물관 홈페이지(http://museum.busan.go.kr/busan)를 통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신청하면 된다. ▶‘2021년 특별전시-부산의 뿌리, 동래’ 전=29일까지 부산박물관 동래관 2층. 무료. 051-610-7144.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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