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산 1구역 재개발 문화재 심의 회의록, 부산시가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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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적(237호)인 부산 동래구 복천동고분군 주변 재개발사업을 위한 부산시문화재위원회 심의 과정에 당초 논의되지 않았던 핵심 내용이 나중에 포함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부산시가 해당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부산일보 6월 24일 자 10면 보도 등)에 힘을 싣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시의회 문화재보호구역개발사업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018년 1월 부산시문화재위원회 회의 당시 공무원이 회의록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2018년 1월 25일 문화재위원회 기념물분과위원회 회의가 열렸는데, 이날 회의에서 거론되지 않은 내용이 회의록에 허위로 기재됐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2018년 1월 25일 11차 회의
‘조건부 허가, 만장일치’ 기록
실제론 거론되지도 않은 내용
논의 과정 반대 의견은 빠져
시의회 특위 “심의 신뢰 못 해”

당시 회의록을 보면 부산시문화재위원회는 이날 동래읍성지 보호구역 등 일원 주택재개발사업에 따른 현상변경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시켰고 ‘문화재 위원 2명의 확인을 받아 시행하며,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건부 가결한다’고 정했다.

아울러 이날 결정에 대해 ‘문화재위원 전원이 동의한다’는 기록도 따로 남겼다.

이날 문화재위원회 회의(11차)에서는 ‘6구역은 15층 이하로 할 것’ ‘동래고등학교 동측에 위치한 6개 동은 32층 이하로 할 것’ 등 주로 층수 제한과 관련된 내용 등이 다뤄졌다. 이는 10회차까지 회의를 이어오는 동안 문화재위원 간 의견 차이로 거듭 보류되거나 부결돼 온 사항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날 회의에서 문화재위원 2명이 대표로 추후 조건부로 허가된 내용을 반영한 수정 도면을 확인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특위 조사 결과, 이 같은 발언은 회의장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8차 특위 조사에서는 당시 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적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회의록을 작성했던 부산시 문화유산과 A 씨는 “회의가 끝난 이후에야 위원들에게 해당 부분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고, 해당 안건이 심의 의결 당시에는 논의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회의가 끝난 뒤 언급된 내용이 회의에서 나온 것처럼 회의록에 꾸며졌고, 위원 전원이 회의 당시 이에 동의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문화재위원도 회의록의 신빙성을 의심한다. 문화재위원으로 당일 회의에 참석했던 부산대 고고학과 김두철 교수는 “회의에서는 회의록에 언급된 ‘위원 2명이 도면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또 이들이 대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동의한 적도 없다”며 “그런 사항을 정할 때는 반드시 회의장 내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당시 논의과정에서 질문이나 반대 목소리가 컸는데 정작 회의록에는 이 같은 사항들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위는 이 같은 조치가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수월하게 통과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문화재위원회의 조건부 허가가 난 도면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위원 2명을 대표로 내세워 확인 작업을 하면 심의 통과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복산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 부산시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에 현상변경을 신청해 2020년 9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특위 김부민 위원장은 “고층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큰 7구역이 갑자기 빠지거나 그동안 논의되지 않은 고층이 언급돼 반대여론이 컸지만 회의록에는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처럼 작성되는 등 회의록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며 “이 같은 조작 사실이 밝혀진 이상 당시 회의 결과를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6월 부산시, 문화재청 등을 상대로 문화재위원회 심의 방해 관련자들을 업무방해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부산시는 회의록 조작 의혹에 대해 회의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확인 위원을 추가로 포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최정옥 문화유산정책팀장은 “조건부 가결 같은 상황에서 문화재위원이 추후 도면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라면서 “회의록 조작 등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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