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배급사 ‘OTT 전쟁’ 한창인데 부산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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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 미래보고서 2] (1) 콘텐츠 산업, 지역 현실은

코로나19는 불과 1년 만에 콘텐츠 산업의 모든 것을 바꿔 놨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 다변화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영화 제작·배급사들은 너도나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으며 감독들은 드라마 연출자나 작가로 변신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콘텐츠 기업들은 실력 있는 인재 영입과 지적재산권(IP) 확보에 나서 ‘총성 없는 전쟁’에 한창이다. 이런 변화를 부산 영화·영상 산업의 기회로 보고 정책도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너도나도 드라마 제작 나서
종합 콘텐츠기업 향해 공격 경영
배우 몸값 치솟고 산업구조 재편
OTT 이용자 기하급수 증가 불구
지역 제작지원금은 쥐꼬리 그쳐“중간평가제 통해 지원 늘려야”



■영화 투자·배급사의 ‘변신’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내 4대 영화 투자·배급사들의 달라진 행보다. 일찌감치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CJ ENM과 NEW는 물론이고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도 드라마 제작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 2월 드라마 ‘추노’ ‘날아라 개천용’ 등을 만든 곽정환 PD를 드라마사업부문장으로 영입했고, 하반기엔 배우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서른, 아홉’을 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처음 제작한 쇼박스는 올해에도 다수의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진아 홍보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영화와 드라마를 5 대 5로 보고 있을 정도로 드라마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며 “숏폼 콘텐츠에도 대비하기 위해 조직을 꾸렸다”고 말했다. NEW 김민지 홍보팀장은 “드라마 사업부인 스튜디오앤뉴도 올 4월 디즈니 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드라마 제작 역량을 더 키우려고 힘쓰고 있다”고 했다.

상반기 오리지널 드라마 ‘모범택시’를 선보였던 웨이브는 하반기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유 레이즈 미 업’ ‘트레이서’, 영화 ‘젠틀맨’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콘텐츠 웨이브 김용배 커뮤니케이션 전략부장은 “요즘엔 영화 제작·배급사가 개봉하지 못한 작품을 웨이브를 통해 단독 공개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 원 투입하기로 한 티빙은 올해 당초 계획보다 10편 늘린 30편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콘텐츠에 배우들 몸값도 치솟는 등 산업 구조도 재편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 ‘침입자’ 등을 만든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영화 개봉을 못 하는 상황이라 많은 영화 제작사가 생존을 위해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며 “드라마는 플랫폼도 들어오고 채널도 생기는데 영화는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공작’과 ‘검사외전’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오며, 영화 ‘왕의 남자’ ‘동주’ 등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하반기 티빙 오리지널 ‘욘더’로 대중을 찾는다. 이준익 감독은 “미디어 콘텐츠 생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OTT 격동의 시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OTT 이용자 느는데 부산 대비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4월 발간한 ‘코로나, 미디어 지형을 바꾸다’ 통계 리포트의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OTT 이용률은 66.3%로 2019년 52.0%에 비해 14.3%포인트(P)나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상의 증가 폭이 커서 40대와 50대는 각각 18.8%P, 27.3%P 증가했고, 60대와 70대 이상도 17.0%P, 6.9%P 늘어 OTT 이용자가 연령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가 확인됐다.

또 지난해 극장 매출과 극장 외 시장 매출이 처음으로 비슷한 수준이 됐다. 비록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침몰하면서 벌어진 현상이지만 앞으로 극장 외 매출이 극장 매출을 뛰어넘을 것은 자명하다.

부산 콘텐츠 제작사가 입을 모아 말하듯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규모의 부산 제작사도 끼어들 틈이 생겼는데, 제작 지원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올해 예산은 40억 원 상당인데 그중 부산 제작사 영화·웹드라마 지원 예산은 9편에 5억 3200만 원 상당이다. 올해 신설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연계 부산영화 지원 사업 지원금이 1억 5000만 원 늘어난 것과 부산제작사 후반작업 지원 예산 4100만 원이 신설된 것을 제외하면 제작 예산 지원금은 지난해와 같다. 올해 지원 선정작을 살펴보면 영화 ‘모라동’ 2억 원, 영화 ‘요한’이 1억 원을 지원받는다. 웹드라마 2편이 5000만 원씩 지원받을 예정이다.

부산영상위원회 김인수 운영위원장은 “제작지원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간 평가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부산시의 예산 상황이 따라 줘야겠지만 작품당 예산 지원금을 대폭 늘리는 대신 중간 평가를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유정·조영미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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