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데도 무릎 통증? 나이 안 가리는 ‘무릎 연골연화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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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층에서 ‘무릎 연골연화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문규필 관절센터장이 무릎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직장인 A(38) 씨는 얼마 전부터 바닥에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면 별다른 통증이 없어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점차 오래 걸으면 무릎 관절에 힘이 빠지고, 영화 관람이나 장거리 운전 등 긴 시간 같은 자세를 지속할 경우 무릎이 뻐근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무릎 연골연화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무릎 앞쪽에는 둥근 모양의 뼈인 슬개골이 있다. 이 슬개골은 허벅지 위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에 연결돼 있어 걸을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뼈 아래에 있는 무릎 연골은 충격에 자주 노출되거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물렁물렁해지고 통증을 일으킨다. 이처럼 무릎 연골이 단단함을 잃게 되는 질환이 바로 ‘무릎 연골연화증’이다.


외상·과도한 무릎 사용 등 원인
엑스레이·초음파검사 통해 진단
연골 손상 심해지면 골관절염 우려
규칙적 운동·적정 체중 유지 필요

■남성보다 여성 많이 발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 연골연화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9만 명이 넘는다. 20대가 가장 많았고, 남성보다 여성 발병률이 15.4% 더 높았다. 시기별로 장마철인 6, 7월에 환자가 가장 많이 몰렸다.

갑자기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강한 외부 충격 등 외상과 과도한 무릎 사용, 하이힐 같은 불편한 신발 착용이 무릎 연골연화증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관절 주변 근육량이 적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완충되지 못하고 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폐경 이후 중년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뼈가 약해져 무릎 연골연화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무릎뼈 탈구나 골절 등 외상 후 적절한 치료 없이 뼈가 어긋난 채 방치된 경우에도 무릎 연골이 약해질 수 있다.

무릎 연골연화증이 발생하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고, 달리거나 제자리 뛰기를 할 땐 무릎 앞쪽에 찌릿한 통증이 유발된다. 무릎을 꿇거나 쪼그린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엔 더욱 아파 온다. 간혹 관절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심하면 무릎에 물이 차 부어오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뼈 사이 마찰이 과해지면서 열감과 통증도 심해지며, 연골 손상이 가속화되다 결국엔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되곤 한다.

무릎 연골연화증은 엑스레이, 초음파검사, 씨암(C-arm) 등 영상의학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검사를 통해 관절면의 불규칙 정도나 무릎 관절의 구조적 이상, 퇴행성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관절경 검사를 통해서도 관절면의 균열·부드러워진 정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진단만을 위해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방사선 검사로 인한 방사선 피폭이 염려될 경우, 바이오덱스(BIODEX)라는 등속성 근기능 검사로도 진단할 수 있다. 바이오덱스는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의 근력, 지구력, 운동부하량 등을 컴퓨터로 측정해 질병의 진단·분석·치료 계획까지 세울 수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문규필 관절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무릎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고, 연골 마모에 의해 연골층과 노출된 뼈가 충돌하면 관절 연골뿐만 아니라 연골하골, 반월연골판, 활액막 등 무릎을 이루는 여러 조직을 침범하는 골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하면 줄기세포 연골이식술

무릎 연골연화증은 연골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프롤로주사 치료와 함께 진통 소염제를 복용하고,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 등 보존적 요법을 시행한다. 약물·주사 치료와 함께 무릎의 하중을 줄여 부담 없이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무중력 트레드밀(AGT) 등 운동재활치료를 병행하면 훨씬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골 손상이 심해져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만성화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연골은 피가 잘 통하지 않는 부위라서 스스로 재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골이식술을 통해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 탯줄에서 채취한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재생술은 나이에 상관없이 고령의 환자도 수술할 수 있고, 수술 예후가 좋다.

연골이 찢어지는 등 손상 정도가 심하다면 관절내시경수술을 고려한다. 연골연화증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되는 병변 부위를 관절내시경으로 제거하고, 잦은 손상으로 울퉁불퉁해진 관절면을 다듬는 수술이다.

문규필 센터장은 “무릎 통증이 지속된다면 스스로 진단하기보다 관절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파악한 후 조기에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무릎 부담 주는 자세 피해야

무릎 연골연화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다리를 꼬거나 무릎 꿇기, 혹은 바닥에 쪼그려 앉는 것 같은 무릎에 부담 주는 자세는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대퇴사두근을 비롯한 무릎 주변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통해 연골 손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문규필 센터장은 “조깅이나 스피닝, 크로스핏, 서킷트레이닝, 주짓수처럼 무릎을 많이 쓰는 운동보다 수영, 아쿠아로빅 등 상대적으로 무릎에 부담이 적은 운동이 바람직하다”며 “평소 무릎과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근력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무릎 관절의 유연성이 좋아져 무릎 긴장과 통증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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