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소재지 국가산단 지정, 정부 적극 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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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등 원자력발전소(원전)가 있는 전국 지자체들이 2일 해당 지역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달라는 공동건의서를 중앙정부에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원전 소재지의 경제적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지역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날 공동건의서 제출에 참여한 주체는 부산과 울산·경북·전남 등 원전 소재 4개 광역자치단체와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 울진군, 전남 영광군 등 5개 기초지자체 등 총 9개 지자체에 이른다. 머리를 맞대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동안 원전의 위험성을 떠안은 채 온갖 고통을 감수해 온 지역의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는 것이다.

부산·울산 등 영남권 오랜 고통과 희생
경제 활성화 뒷받침 정책적 배려 절실

2017년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 이후 지금 운전 중인 원전은 전국적으로 총 24기에 달한다. 전남 영광의 한빛 6기를 제외한면 18기의 원전이 부산과 울산·경주·울진·영덕 등 영남권에 집중돼 있다. 이를테면 부산 고리원전 주변 380만 명, 경주 월성원전 근처 130만 명이 늘 원전을 머리에 인 채 불안감 속에 산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는 원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수도권에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을 들어 본 적도 없다. 원전의 위험성을 온전히 지역에서만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요, 반대로 수도권의 팽창과 번영은 지역의 희생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원전이 고품질의 전기를 생산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 측면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지만 원전 축소는 시대의 흐름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은 전 인류의 과제다. 우리 정부도 2020년 23.3GW에서 2034년 19.4GW로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원전 산업에 맞춰진 경제 기반이 무너지면서 산업 생태계 붕괴에 직면한 현실이다. 실제로 원전 중단으로 고용이 축소되고 주변의 주택 시장이 침체하거나 식당 폐업이 줄을 잇는 등 피해를 보는 지역이 적지 않다. 여기다 원전 축소로 지역의 지방세 수입원인 지역자원시설세가 줄어드는 것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원전 지역에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번에 원전 소재 지자체가 한데 뭉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를 강력히 주문한 것이다. 희생을 감내한 원전 지역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도, 원전 지역의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더없이 정당한 요구라고 본다. 원전 소재 1시·군 1국가산업단지 지정·조성과 함께 원전 소재지의 세수 보전을 위한 방안, 나아가 장기적 지원 계획 수립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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