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 ‘아이스팩’ 재사용 ‘의무화·규격 제도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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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흡성수지 아이스팩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일부 기초지자체가 재사용 사업을 하고 있지만, 힘들게 수거한 아이스팩의 40%가량이 폐기되는 등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재사용 의무화와 규격 제도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흡성수지 성분 환경오염 주범
비대면 시대 배송 늘며 사용 증가
부산 5개 구 재사용 사업 운영
규격·재질 규정 없어 효과 저조
위생 등 이유 수거량 37% 폐기


현재 부산에서는 5개 구·군이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시범사업 등으로 운영 중이다. 주민이 아이스팩을 모아 구청, 행정복지센터, 공동주택 등에 설치된 아이스팩 수거함에 넣거나 담당 직원에게 직접 제출하면 이를 세척해 지역 상공인들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현재 영도·북·해운대·연제·중구가 정식으로 아이스팩 수거·재사용 사업을 시작했고, 동·기장·금정·부산진·강서구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거된 아이스팩 중 약 37%는 재사용되지 않고 폐기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부분 위생 문제 때문이다. 겉 포장지가 부직포 재질이라 세척하기 어렵거나 너무 더러워 재사용이 힘든 아이스팩은 물론 내부 충전재를 갈아 끼우는 아이스팩도 재사용할 수 없다.

재사용 아이스팩에 대한 편견 탓에 겉 포장지에 배송 업체 로고가 그려져 있어도 폐기 대상이다. 또 내부가 고흡성수지가 아닌 물로 채워져 분리수거가 가능한 경우에도 재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팩 생산량은 2억 300만 개로 2019년 1억 6200만 개보다 약 4000만 개 늘었으며,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49.3%는 고흡성수지 아이스팩이었다. 고흡성수지는 물을 다량 머금고 있어 소각에 비용이 많이 들고, 자연에서 분해되려면 300년 넘게 소요돼 사실상 사라지지 않는다.

당초 사업 취지와 달리 아이스팩 재사용률은 아직도 70%대에 머물고 있다. 담당 직원이 수거할 때 육안으로 골라내 주민이 다시 집으로 가져간 아이스팩을 포함하면 재사용률은 50%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게 현장 직원의 전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가져온 아이스팩의 절반 이상은 사실 재사용할 수 없는 불량품”이라면서 “어패류를 다루는 상공인에게 아이스팩을 제공하기 때문에, 부직포 재질은 수거해도 재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팩 재사용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관련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 크다. 환경부가 이런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아이스팩 재사용 활성화를 위한 지침서’를 발간하기도 했지만, 제시된 규격 등은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올 5월 폐기물 부담금 부과 대상에 고흡성수지 아이스팩을 새로 추가해, 2022년 출고·수입 분량부터 1kg당 폐기물 부담금 313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조 단계에서부터 재사용이 불가능한 아이스팩을 생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제도는 아직 논의 단계다.

이 때문에 탈플라스틱 흐름에 맞춰 아이스팩 규격을 제도화하고, 아이스팩 재사용을 의무화해 주민 자율 참여 수준에 머무는 사업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원순환시민센터 김준열 사무국장은 “지자체 아이스팩 수거 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실제 환경 보호 효과까지 내려면 아이스팩에 대한 규격이나 재사용 의무화 등 제도화가 받쳐줘야 한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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