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진 큰 무대… 사람 자체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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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티카 비스와스 바다미술제 전시감독

“횟집촌과 해녀센터를 방문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바다와 밀접한 생활 환경을 지닌 부산 풍경을 보면서 일광해수욕장을 바다미술제 전시 장소로 결정하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 바다미술제 리티카 비스와스 전시감독은 지난달 21일 일광해수욕장을 첫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2021 바다미술제는 10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서 개최된다. 비스와스 감독은 7월 초 입국해 2주간의 의무격리 기간이 끝난 다음 날 바로 일광을 찾았다고 했다. “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통해 일광 지역을 많이 보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니 또 달랐어요. 3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한 분과 대화하면서 사람 자체가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광 횟집촌·해녀센터 방문 인상적
낮과 밤에 달라지는 해변 분위기 매료
‘인간과 비인간:아상블라주’ 주제 전시
같은 작품도 연령 따라 달리 보일 듯
장소 특정적 미술, 지역과 접점이 중요
일광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반영할 것


비스와스 감독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해변의 분위기도 느꼈다고 했다. “오후 2시쯤에 가서 저녁까지 돌아봤는데, 낮과 저녁 일광의 성격이 달라 보였어요. 파도가 잔잔해서 가족 방문객이 많은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주변에 카페가 많고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오더군요.” 비스와스 감독은 다양한 연령층이 같은 작품을 보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바다미술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올해 처음 국제공모로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을 선정했다. 비스와스 감독은 바다미술제 최초의 외국인·여성 전시감독이면서 올해 26세로 최연소 전시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도전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냥 대도시보다는 역사와 과거 유산을 잘 지닌 지역에 관심이 있어요. 일반적인 전시장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지는 큰 무대에서 큐레이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바다미술제의 주제는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이다. 아상블라주는 ‘집합’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예술·생태·제도·상호작용 등을 포함한 비인간적 요소들과의 결합으로 확장해서 사용된다. “아상블라주라는 말 자체가 어렵고 친숙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살아있는 것과 주변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잖아요. 우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아상블라주이며, 우리 몸 안에 내재된 개념입니다.”

비스와스 감독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점을 찾고, 바다라는 공간과 미술을 통해 그 연결이 눈에 보이도록 할 계획이다. “인간-비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문학이나 역사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 세대를 거쳐 일광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시에 반영하고 싶습니다.” 비스와스 감독은 소설 , 해녀, 기장 지역 해양생물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바다라는 장소 자체가 변화가 잦고,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작가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광해수욕장은 기존 바다미술제 전시 장소와 달리 백사장 폭이 좁고, 어촌마을·하천·산책로·공원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다미술제는 장소특정적 미술이라서 지역과의 접점이 굉장히 중요해요. 지역 커뮤니티와 어우러진 작업을 원하는 작가도 있고, 해양 생태계를 반영하는 리서치를 진행 중인 작가도 있어요.” 비스와스 감독은 조각·설치·미디어 작품에 더해 실내 전시 작품도 몇 점 포함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비스와스 감독은 올해 바다미술제 폐막 때까지 부산에 머물 계획이다. 하이킹을 좋아한다는 비스와스 감독은 산이 많은 부산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구불구불한 산을 따라 집이 지어지고, 빌딩이 서 있는 도시의 모습 자체가 아상블라주라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이번 바다미술제의 전체 여정을 색다르거나 복잡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여정에서 자기 나름의 해답을 찾고 생각할 계기를 찾았으면 합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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