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엑스포 유치와 재외공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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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일 아-태도시관광기구 사무총장 전 주 동티모르 대사

부산은 2030 월드엑스포 개최를 통해 또 한 번의 총체적 도약의 기회를 야심 차게 모색하고 있다. 350만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하나된 노력을 보니, 필자가 주 동티모르 공관장 재임 시 치열했던 2012 여수박람회 유치활동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여수시와 전라남도는 2002년에 2010 세계엑스포에 도전을 하였으나, 중국 상하이에 접전 끝에 패한 적이 있어, 2012 엑스포는 실패 없이 유치하기 위해 미리부터 꼼꼼한 준비를 하였고, 무엇보다 당시,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해수부, 산업부 등 중앙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유치 성공의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본격적인 유치외교 활동은 2006년 5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후부터 시작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10월에 BIE 사무총장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정부 차원의 굳건한 지원 의지를 전달하였고, 수시로 각국 정상들에게 지지요청 서한을 발송하는 등 든든한 지원 역할을 해 주었다. 국회도 여야가 하나가 되어 여수엑스포유치특별위원회의 유치지지결의안을 본회에서 통과시켜 예산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해 주었다.

그러나, 유치활동과 관련 하여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보다, 실제로는 해외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대통령, 내각, 국회, 부산시장, 조직위원장 등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들은 물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유치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 최대한 자주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홍보활동을 하고, 해외순방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재외공관들이 든든히 유치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유치교섭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재외공관들이고, 실제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재외공관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필자가 근무한 동티모르의 경우, 2007년 당시 BIE 미가입 국가였는데, 우리 공관이 주도하여 가입을 시칸 뒤, 찬성표를 만들어 냈었다. 당시 유치 경쟁이 우리나라의 여수, 모로코의 탕헤르, 폴란드의 보르츠와프 사이에 워낙 격렬하여 한 표가 소중했던 상황이었다. 필자는 동티모르 가입 지원을 위해 우리 공관 직원을 배정하여 동티모르 정부의 공무원과 함께 이를 진행토록 하였다. 동티모르 정부 공무원들은 BIE 가입 필요성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가입신청서 작성도 힘들어하고, 프랑스 외교부에 신청서를 기탁하는 일, 나아가 항공 연결 사정이 좋지 않아 투표장인 BIE 총회장까지 가는 과정 등 모든 것들을 낯설어하고 어렵게 생각했지만, 잘 주도하여 성과를 거두었다.

부산엑스포조직위원회도 과거 동티모르 처럼 BIE에 가입이 돼 있지 않은 나라들을 상대로 가입을 유도하여 지지표를 확보하는 전략을 권유하고 싶다. BIE 가입은 유엔 회원국이면 모두 자격이 주어지는데, 200여 유엔 회원국 가운데 아직 BIE에 미가입해 있는 나라들이 20여 개국 이상 될 것으로 짐작된다. ‘미가입 국가 명단을 파악하여 관할하는 재외공관과 협력하여 진행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어쩌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지지표 확보 전략이 될 수 있다.

부산은 인지도, 박람회 인프라, 사업계획수립 및 개최 능력 등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2023년 하순으로 예정된 총회 투표까지 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남은 과제는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참여와 지원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아울러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유치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주역과 지원 인력이 있는데, 유치 외교 활동에서는 재외공관들이 주역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내 지도자들과 기관들은 재외공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등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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