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취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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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취향(趣向)의 의미다. 어떤 종류의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모여 책 취향이 생기고, 어떤 장르와 내용으로 특정 감독이 연출한, 특정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영화 취향이 된다는 뜻이다.

최근 취향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이유는 영화 전문 잡지를 보면서다. 평소에 많은 OTT를 구독하며, 꽤 많은 작품을 보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데도 날이 갈수록 얼굴을 잘 모르는 배우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는 일이 늘어났다.

영화와 드라마를 마음껏 볼수 있는 구독형 OTT 플랫폼이 늘면서 제작되는 작품 수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신선한 얼굴의 배우가 새롭게 스타가 되는 일이 잦아졌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는 길을 지나가다 마주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취향 저격’의 매력적인 배우로 최고의 스타가 되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로도 다가왔다.

지상파 채널이 전부였던 80년대와 케이블이 등장한 90년대, PC 통신과 인터넷 시대가 열린 2000년대를 지나 SNS를 활용해 ‘취향 공동체’를 형성하기 쉬운 2020년대가 왔다. 이 ‘취향 공동체’는 더욱 끈끈해진 대신 때로는 배타적이 됐다.

인공지능과 IT 기술의 발달로 같은 OTT를 구독해도 개인별로 추천받는 작품이 다르다보니 개인의 취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지상파 채널의 똑같은 드라마를 보던 시대와, 마음만 먹으면 한국 드라마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스웨덴이나 태국 드라마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현재는 하늘과 땅 만큼의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취향과 ‘취향 공동체’를 넘어서는 것이 바로 스포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평소 별로 접한 적이 없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응원하게 되고,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환하게 웃던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와 수영의 황선우 선수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고 포기하는 것도 또 하나의 용기있는 선택임을 보여준 체조의 시몬 바일스 선수를 보며 큰 박수를 보내게 됐다.

세계 랭킹 14위로 조별 예선에 참가한 국가 중 최하위의 성적을 가진 여자 배구 대표팀이 세계랭킹 5위의 일본과 4위 터키를 연달아 꺾으며 4강 신화를 썼다. 주장 김연경이 이끄는 대표팀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자 배구의 매력에 눈을 뜬 사람이 많아 또 다른 ‘취향 공동체’를 형성할 거라는 강력한 예감이 든다. 각본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 경기를 보며 취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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