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죽음’ 지역 따라 차별받는 마지막 길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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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죽음 ‘무연고 사망’

취약계층의 무연고사를 막고 장례를 지원하는 ‘공영장례’의 도입 요구가 높지만 부산 기초지자체 16곳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한 데는 5곳뿐이다. 반면 서울시는 최초로 광역시 차원의 조례를 제정하고 전용 빈소와 상담센터 운영 등 체계적으로 공영장례를 지원한다. 일각에서는 장례를 보편적 복지 서비스로 탈상품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시, 조례 만들어 체계적 지원

부산시는 市 차원의 조례 없고

기초지자체 5곳만 조례 제정

“보편적 복지서비스로 바뀌어야”


서울시는 2018년 3월 전국에서 최초로 광역시 차원의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했다.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이 민간 후원을 통해 진행하던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을 서울시가 직접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같은 해 5월 서울시는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장에 공영장례 전용 빈소를 설치했다.

또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해 누구나 공영장례에 대해 문의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연고 사망자가 사망할 경우 이를 꾸준히 공개해 지인의 장례식 참석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눔과나눔 홈페이지와 장애인 언론사인 ‘비마이너’ 홈페이지 두 곳에 서울 무연고 사망자 소식이 꾸준히 게시된다.

서울시의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무연고사’에 내몰릴 뻔한 취약계층이 도움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A 씨는 오랜 교도소 수감 생활과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 4월 A 씨는 아버지가 암으로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시자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공설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빈소 없이도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 답변을 받았다. 절망하던 A 씨는 다행히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부친의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부산은 어떨까. 아쉽게도 부산시 차원의 조례조차 없는 실정이다. 16개 구·군 중 기초지자체 차원의 조례를 제정한 곳도 5곳뿐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최근에 조례가 제정돼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거나, 업무 분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부산반빈곤센터는 3월 부산 동구 쪽방에서 무연고로 숨진 50대 남성 B 씨에 대해 구청 관련 부서에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나서야 공영장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공영장례를 체계적으로 도입하려면 부산시가 컨트롤타워가 돼 공영장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사회보장으로서 공영장례 제도를 도입해 장례를 복지서비스로 탈상품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산시가 공영장례 체계를 구축하고 제도를 안정화시킨 뒤 지원 대상과 내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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