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앵글에 비친 삶과 애환…사진 작가 임응식을 추억하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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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인문학아카데미 포스터. 상지인문학아카데미 포스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선 남자. 가슴에는 求職(구직)이라는 한자 패널을 두르고 있다. 이는 ‘구직’(1953)이라는 사진 작품으로 한국 현대 사진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 봤던 작품이다. 이는 부산 출신 작가로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의 대표작이다. 특히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1940~50년대 부산 배경의 걸작을 남겼고 이후 사진 교육의 선구자로서 한국 현대 사진의 문을 열었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 선구자

올해 서거 20주년 맞아

상지인문학아카데미 강의

9월 9일부터 4차례 나눠 진행


올해는 그가 서거한 지 20주년 되는 해이다. 이에 (주)상지E&A/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대표 허동윤)가 주최하는 상지인문학아카데미(제16기)에서는 거장 임응식의 앵글을 통해 부산 시민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보는 ‘부산에서 서울로-임응식 사진 인문학’을 9월 9일, 24일, 10월 6일, 13일 총 4회에 걸쳐 진행한다. 특히 첫 강의와 마지막 강의 때는 강의에 앞서 부산시립합창단의 축하 공연도 준비돼 있다.


지난해 열린 제15기 상지인문학아카데미 강의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열린 제15기 상지인문학아카데미 강의 모습. 부산일보DB

9월 9일 첫 강의는 임응식 선생의 제자인 박희진 동주대 교수가 생전 곁에서 본 임응식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임응식의 생활주의 사진-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출발’에 담아 보여준다. 두 번째 강의(9월 24일)는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 임응식 선생의 부산 관련 사진과 주요 인물 사진 60여 점을 선별해 연대별, 장소별, 사건 등으로 구분해 ‘임응식 사진에 나타난 부산, 장소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강의는 임응식 선생 사진에 나타난 장소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에서 수집한 다른 사진들과 함께 비교하면서 부산의 몇몇 지역의 변천사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세 번째 강의(10월 6일)는 조갑상 소설가가 임응식 사진을 통해 전후 부산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한다. 사진의 현장을 분류하고 그 장소가 문학작품(소설)에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리고 그 사진이 간직한 역사·사회학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마지막 강의(10월 13일)는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부 교수가 임응식 선생의 1940~1950년대 사진 작품을 통해 부산의 도시, 건축 모습에 담긴 역사적 정보를 해석하고 해방 전후 도시 부산의 모습을 추정해보는 ‘도시의 기억재생 장치 기록사진(Historical photography)’에 대해 강의한다.

강의는 26일부터 선착순 30명 신청받고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강좌는 1~4강 모두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되며, 부산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1·4강 때의 축하 공연은 강의 30분 전에 시작된다.

한편 임응식 선생 서거 20주년을 맞아 부산시민회관은 9월 10일부터 10월 24일까지 부산시민회관 갤러리에서 ‘임응식 작품전-부산에서 서울로’를 연다. 임응식 작품 속 1950년 부산 원도심 모습과 현재 원도심 모습을 비교해보는 작품을 전시한다. 생활주의 리얼리즘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는 거장의 앵글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척박한 삶의 모습, 부산 시민의 삶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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