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 의혹과 관련, 부산대 박홍원 교육부총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입학 취소 결정을 발표하면서 하위권이던 조 씨의 입학 성적을 상위권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난이 쏟아지자 부산대는 ‘당시 공정위 측이 사실관계를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늑장 대응에 이어 부실 조사 의혹까지 제기된다.

정경심 씨 1심 판결문과 배치
비난 쏟아지자 “사실관계 오인”
입학 원서에 ‘허위 스펙’ 기술
공정위 부실 조사 의혹도 제기

부산대 대학본부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을 취소했다. 부산대 박홍원 교육부총장은 이 자리에서 “조 씨는 서류평가에서 1차 서류 통과자 30명 중 19위이며 앞서 재학 중이던 대학의 전적 성적이 3위였다”며 “조 씨가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 등 입학서류가 사실과 달라 모집 요강 규정을 위배했기에 입학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 씨의 성적이 우수해 동양대 표창장 등이 의전원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제출한 서류가 사실과 달라 입학을 취소한다는 의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부산대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지난 4월 꾸려진 공정위는 조 씨의 입학 서류를 검토하고, 전형위원 면담 등을 진행했다. ‘동양대 표창장 등 서류가 합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최종보고서를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산대의 발표는 지난해 말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 판결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조 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을 위해 제출한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판결문을 통해 조 씨가 부산대 의전원 전형 당시 제출한 대학성적은 1단계 전형 합격자 30명 중 24등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판시했다. 조 씨의 대학 성적이 합격자 중 3등이라던 부산대의 설명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부산대는 ‘조 씨가 자기소개서에 동양대 표창장 등 허위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도 판결문과 달랐다. 재판부는 “위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조 씨의 허위 경력을 제외하면 입학원서에는 경력 한 개만 남고, 자기소개서의 1학년 활동 부분과 표창 실적란은 모두 공란이 된다”고 못박았다.

이처럼 부산대의 발표가 엉터리로 확인되면서 부산대 공정위가 4개월이 넘는 기간 조사를 진행하면서 기초적인 부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조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셌는데, 이미 나온 판결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는 것이다.

‘거짓 브리핑’ 논란이 불거지자 부산대는 공정위의 발표 내용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발을 뺐다. 24등이 맞는다고 인정한 부산대 대학본부는 “공정위 구성 당시 대학본부에서는 관련 자료를 정상적으로 제출했지만 공정위 내부 검토 과정에서 어떤 착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공정위의 결과 보고를 받고 최종 결정을 내린 대학본부 입장에서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부실조사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위 측에서 어떤 경위로 사실관계가 누락됐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