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등학교 교사들 “방과후·돌봄교실 업무 과다… 수업에 전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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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6시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부산지부 임정택 지부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탁경륜 기자

부산 동래구에서 20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정 모(50) 씨는 지난해 학부모로부터 여러 통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아이가 왜 돌봄교실에 선정되지 않았는지 따지는 것이었다. 정 씨는 소득기준 등 돌봄교실 선정 요건을 설명했지만 학부모의 항의 전화는 수업 중, 퇴근 후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가산점 줘도 업무 강도 높아 기피
전교조 부산지부, 업무 배제 요구
부산시교육청과 단체교섭 시작

결국 3년간 학교에서 돌봄업무를 담당하던 정 씨는 올해부터 돌봄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 씨는 “반복되는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정규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을 정도”라며 “3년간 지원자가 없어 계속 돌봄업무를 맡았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유 모(39) 씨도 방과후학교 관련 과도한 행정 업무로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강사 채용부터 일지 정리, 공고문 작성 등 각종 업무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씨는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면서 너무 버거웠다”며 “교육청이 가산점을 주지만 높은 업무 강도 탓에 다들 기피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방과후학교·초등돌봄교실 관련 과도한 행정 업무로 정규 수업이 마비될 정도라며 업무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지난달 31일부터 부산시교육청과 단체교섭을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전교조 측은 초등교사들이 수업과 생활교육 이외에도 돌봄교실 학생 선정업무, 강사채용 등 많은 잡무에 시달린다며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방과후 업무에서 교사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지난달 26일부터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은 정규수업이 끝난 후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 제도다. 일반적으로 방과후학교의 경우 한 학교에 3명, 돌봄교실은 2명의 교사가 업무를 담당한다. 전교조가 지난 5월 1622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175명(75%)의 교사가 방과후학교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교조는 “올해 울산시교육청은 돌봄전담사를 확대했고, 경남도교육청은 방과후 업무 관련 인력을 채용해 교사를 업무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임정택 부산지부장은 “현재도 학교마다 초등돌봄전담사가 배치돼 있지만 교육청은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돔봄교실 운영 시간에만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5시간 수준인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늘려 행정업무도 담당하게 하면 되고, 돌봄전담사 측도 이런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관계자는 “학교별로 돌봄교실 참가학생 수, 돌봄전담사 수가 차이가 커 일괄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릴 수는 없다”며 “노조와 협상 중인 만큼 관련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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