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2분기 10조 가까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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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에서 30년 넘게 운영한 A 씨의 식당은 최근 매출이 평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가게 월세, 직원 인건비 등 한 달 고정비만 최소 700만~800만 원. 지금껏 은행 빚으로 이를 메웠다. 신용대출에 이어 집까지 담보로 잡히다보니 어느새 빚은 3억 원으로 불었다. 더이상 빚 낼 여지도 없어진 A 씨는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부산진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B 씨도 상황은 매한가지.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재난지원금으로는 PC방 월세 내기에도 빠듯하다. 가진 것이 없으니 담보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신용대출 한도를 채워 받은 4000만 원도 어느새 바닥이 드러났다. B 씨는 “추가적인 금융 지원이 없다면 가게 문을 닫고 대리운전이라도 뛸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영업자들의 버티기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많은 가게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삭풍에 견디지 못해 이미 문을 닫았고, 더 많은 가게들이 빚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동안 자영업자들의 빚이 1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 잔액 418조 5000억 원
작년부터 매 분기 10조 안팎 증가
코로나19 삭풍에 버티기 한계
10명 중 4명꼴로 폐업 고려
“재난지원금으론 월세도 빠듯”
영업손실 보상 확대 등 호소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산업별 대출금’ 자료를 보면, 비법인기업의 예금은행 대출금 잔액은 올 2분기 말 418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1분기 말 잔액에 비해 9조 4000억 원이 증가했다. 수치에는 비은행예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할 경우 실제 자영업자 대출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법인기업은 개인이 기업을 100% 소유하는 일종의 사업조직으로, 통상 자영업자를 뜻한다.

코로나19 이전 자영업자들의 분기별 대출 증가폭은 5조~6조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 2분기 21조 2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되더니, 이후 1년 간 분기마다 10조 원 안팎의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빚 없이 버티던 자영업자들도 길어진 영업손실에 어쩔 수 없이 빚을 내고, 이미 빚을 낸 자영업자들은 그것만으로 모자라 추가로 빚을 낸 결과로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부동산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주변의 이야기는 자영업자들의 힘을 더욱 빠지게 한다. 이번 한은의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생계형 대출보다 부동산 투기에 몰린 대출이 더 많이 늘었다.

서비스업종 중 부동산업의 2분기 대출 증가폭은 12조 1000억 원에 달했다. 1분기 동안에도 7조 1000억 원이나 늘었지만, 2분기 증가폭은 1분기를 훨씬 상회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같은 서비스업종에 포함된 도·소매업의 대출 증가폭도 1분기(7조 5000억 원)보다 2분기(8조 원)가 컸다. 슈퍼마켓·잡화점 등 소형소매점 매출이 감소한 탓이다. 대출이 더 늘었다는 결과는 같지만, 원인은 판이하게 달랐다.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턱밑까지 차오른 빚, 자산가치 급등에 따른 박탈감 등이 겹치면서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페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8월 10∼25일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고 1일 밝혔다.

폐업을 고려 중인 자영업자 중 94.6%는 경영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매출액 감소(45.0%)가 가장 많았고,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자금 사정 악화(22.0%) 등이 뒤를 이었다.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33.0%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3개월 이내에 폐업할 것’이라고 했고, 이어 3∼6개월(32.0%), 6개월∼1년(26.4%), 1년∼1년6개월(8.1%)의 순이었다.

정부에게 바라는 지원책 중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손실 보상 확대(28.4%)였다. 임대료 직접 지원(24.9%), 백신 접종 확대(16.5%), 대출 상환 유예 만기 연장(12.7%) 등의 답변도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음식점, 슈퍼마켓 등의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스포츠·오락시설, 숙박업 등 소상공인 비중이 높고 코로나19 타격이 큰 8개 업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8%포인트다.

김종열·김 형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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