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 주연 정해인 “진실은 때론 불편하지만 그만큼 큰 힘이 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군대 내 부조리를 비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지난달 27일 공개 이후 연일 화제다.

이 작품은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 D.P.(Deserter Pursuit)의 탈영병 추격기를 다뤘는데, 한국 군대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한준희 감독과 원작 웹툰을 그린 김보통 작가는 군대 내 폭력과 성추행 등 가혹행위, 강압적 상명하복 문화와 각종 부조리를 첫 시즌에서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다뤘다.

군대 내 부조리 극사실적 묘사
작품 내 진정성 덕에 호평 이어
누구나 한때 방관자라는 반성
청춘들 몸도 마음도 안 다치길

■탈영병 잡는 D.P.로 변신한 정해인

‘D.P.’ 흥행의 중심엔 배우 정해인이 있다. 주연으로 나선 그는 이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이등병 안준호를 맡아 조장 한호열 역의 배우 구교환과 함께 탈영병을 쫓는데 선 굵은 감정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다. 반항기와 예민함, 경계심과 서러움을 뒤섞은 눈빛으로 캐릭터를 이리저리 변주시키는 건 덤이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정해인을 만났다.

이날 정해인은 “D.P.를 하면서 재입대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국내외서 이어지는 호평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진실은 때론 좀 불편하지만 그만큼 큰 힘이 있다”며 “작품의 진정성이 이야기 안에 녹아들어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해인이 연기한 준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며 자란 사연 많은 캐릭터다. 성인이 된 후엔 집에서 도망치듯 나와 온갖 일을 하며 하루하루 꿋꿋하게 살아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르바이트한 가게에선 임금을 떼이고, 배달 간 집에선 도둑 취급을 받는다.

입대 후 마주한 군대 안 사정은 더 잔인하고 잔혹하다. 선임들은 준호에게 “생긴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억지 이유를 대며 뾰족한 못이 박힌 벽으로 힘껏 밀치고, 관물대에 놓인 편지를 마음대로 꺼내 큰 소리로 읽으면서 가난한 가정사를 조롱한다. “로열젤리를 주겠다”며 준호의 입에 가래침을 뱉으려고도 한다.

정해인은 “이번 작품에서 그린 부조리는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탈영병들의 이야기라 준호가 돋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대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품에 묘사된 군대 내 가혹행위는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럽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워 그 안에 물을 붓는가 하면, 라이터로 음모를 태우고 자위행위를 시키기도 한다. 정해인은 “지금도 군대에선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군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에피소드 주제가 ‘방관자들’이지 않나”라며 “우리 모두가 어느 시점에선 방관자이지 않았냐는 메시지를 전달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역시 이번 작품을 한 뒤에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은 2014년이다.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군대 내 가혹행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논의된 해다. 2010년 육군 만기 병장으로 제대한 정해인은 “당시 전역한 상태였는데도 그 사건들을 기사로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며 “군대 문화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더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젊은 청춘들이 가는 군대인데 그곳에서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제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감정 연기와 함께 돋보이는 건 전작들과는 확 달라진 외모 변화다. 이등병 캐릭터 연기를 위해 머리카락을 바짝 깎는 ‘반삭발’을 했고,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정해인은 “이등병은 현실적으로 메이크업을 할 수 없다”고 웃으며 “기껏 해봐야 선크림 정도만 바를 수 있는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자로서 캐릭터 표현을 위해 머리를 자르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건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로케이션 촬영 기억 많이 남아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3화의 배경이 부산인 점이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시원한 부산 바다와 광안대교, 신·구시가지를 보며 배경음악인 경쾌한 ‘부산 바캉스’를 듣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이 에피소드는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이야기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해인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부산 로케이션을 처음 해봤다”며 “한 달 가까이 부산에 머물며 촬영했는데 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준영 배우와 거의 함께 연기했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며 “같이 부산에서 호흡을 맞추니 참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서 더욱더 성장할 준호에게 작은 당부를 곁들인다. “준호야, 힘들겠지만 국방부의 시간은 흐르니까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주길 바란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