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희망고문 공약’ 막으려면 ‘구체적 계획’ 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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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만 들이는 ‘공공기관 2차 이전’

2009년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금융 공공기관이 이전한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사실상 공공기관 2차 이전이 현 정부에서 무산된 가운데, 여권 유력 대선 주자들은 이를 강력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일보DB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비수도권 지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공공기관 2차 이전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춰도 쉽지 않은 난제임에도, 대선을 앞두고 각종 ‘정무적 판단’ 때문에 추진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게 현 정부 핵심 인사를 통해 확인된 여권의 최근 분위기다. 결국 집권 세력이 지역에 또 한번 ‘희망고문’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들은 최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한목소리로 밝혔다. 이 약속이 또 한번 ‘빌 공’ 자 공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해 대선 과정에서 추가 이전의 대상과 시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내 추진은 사실상 무산된 듯
이재명·이낙연·정세균·김두관 등
여권 유력 주자들 “강력 추진” 한목소리
윤석열은 부정적, 홍준표는 “이전해야”
‘空約’ 안 되려면 추가 이전 대상·시기 등
집권 초기 추진할 로드맵 제시하게 해야

문재인 정부는 균형발전·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공공기관 2차이전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보여 왔다. 대신 공공기관 2차이전에 대해서는 여당이 이슈를 주도해 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는 2018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 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했고, 지난해 총선을 앞둔 4월 6일, 부산에서 열린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재차 “전국을 다녀 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며 “‘지방 공공기관 시즌2’를 총선이 끝나는 대로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했다.

실제 해당 언급 이후 국토연구원이 공공기관 이전 사업 관련 용역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문제를 정식으로 보고한 데 이어 여당 내 관련 협의체까지 만들어지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국토연구원의 용역은 1차 공공기관 이전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이 대부분이었고, 한때 국책금융기관을 비롯해 이전 대상 기관까지 거론하던 여권 내 분위기는 대선을 앞두고 온데간데없는 상황이다. 여권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띄우기가 총선과 4·7 재·보궐선거 등을 겨냥한 ‘선거용 애드벌룬’이었다는 지역 내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공공기관 2차이전을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강하게 밀고 있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의 해법에 대해 “핵심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며 집권하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의원 등 여권 주자 대다수가 공공기관 2차이전의 신속한 추진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언급한 바 있어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이 문제가 또 한번 균형발전 정책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경우,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만으로는 균형발전이 되기 어렵다고 보지만, 추가 이전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여야 주자들의 핵심 지역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서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선 주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율 전국지방분권협의회 공동의장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다음 정부에서 실제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선 주자들이 균형발전·지방분권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과 함께 이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밝히고, 그 속에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실행계획을 넣어야 한다”면서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권 초기에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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