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힘내라 자영업자] 자영업자 몰락, ‘그들’ 아닌 ‘우리’의 문제… 이젠 고통 분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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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한국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갇혀 있다. 그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억제’ 중심의 방역 체계와 부실한 지원책 탓에 그들은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정부는 물론 시민들도 자영업자들과 고통을 분담하며 ‘동행’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희생 강요당했지만 지원은 미흡
매출 악화에도 고정비 부담 여전
대출로 버텨 보지만 한계 봉착
자영업자 수 1982년 이후 최저
비중 여전히 취업자의 25% 차지
내수 경제의 근간, 붕괴 막아야

자영업자 A 씨는 최근 폐업했다. 3년 넘게 운영했던 마트였다. 은퇴 이후 퇴직금을 몽땅 투자한 곳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악화가 원인이었다. 매출이 평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으나, 전기료, 임대료 등 고정비 수백만 원이 지속적으로 지출됐다. 어쨌든 버티기 위해 가슴은 아팠지만 가족 같던 직원도 하나둘씩 내보냈다. 마지막 남은 집을 담보로 수천만 원을 대출받았지만, 몇 개월 못 가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A 씨는 “자영업자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9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국 자영업자는 558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2763만 7000명의 20.2% 수준이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82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영 악화로 가게 문을 닫거나 직원을 내보내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은 평년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으나, 인건비, 월세 등 고정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 나가다 보니 경영난에서 도저히 헤어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자영업자는 경영난 속에 집 등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견디고 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몰락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나, 정부 정책은 여전히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데 치중돼 있다. 재난지원금 등 획일적 지원 정책은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자영업자의 몰락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소기업 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로 사실상 이들이 국내 내수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우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실업률이 높아진다. 또 이들이 안고 있는 엄청난 액수의 대출금은 금융기관을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산층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한국 경제의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자영업자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해법이 절실하다.

김경원(경영학박사)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단장은 “시간이 촉박하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개인과 가정의 경제활동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에 위기를 초래한다”며 “하루빨리 자영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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