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세계 곳곳 ‘유목민의 놀라운 문명’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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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공원국

서기전 3700년 무렵,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초원 언저리의 사냥꾼들이 말에 올라탔다. 이로써 말 탄 인간이 탄생했으니, 이후 초지를 찾아 몽골고원의 동쪽 끝부터 유라시아의 서쪽 끝까지 누빈 그들을 우리는 유목민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농사와 위계 체제(국가)에 바탕을 둔 정주문명이 힘을 얻으면서 점점 쇠퇴해 간다. 그렇다면 유목민은 정주문명에 흡수당해 사라진 역사의 아웃사이더인가?

은 세계 곳곳에서 유목민의 놀라운 성취를 발견하고, 그들의 피가 현대문명 안에 흐르고 있음을 역설한다. 역사에는 두 바퀴 달린 수레를 만들어 속도혁명을 일으킨 유목민, 파괴를 반성하고 창조를 모색하는 보편 규범을 세운 유목민, 사막과 산맥을 가로질러 동서양을 연결한 유목민, 배상의 개념을 도입해 복수의 악순환을 끊은 유목민이 있었다. 정주문명이 제국주의에 물들 때조차 유목민은 나름의 민주주의로 공동체를 운영했다. 요컨대 카자흐가 그랬다. 부족장들의 의견을 모아 일을 처리했고, 부족장들 또한 부족민의 의사를 존중했다.

무엇보다 유목민은 자유와 공유, 환대의 유산을 남겼다. 저자는 쟁탈의 와중에 생겨난 몇몇 변종을 제외하면 유목 문명은 단 한 번도 이 세 가지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바로 여기에서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유목문명의 ‘더 많은 다른 길’을 본다. 이것이 저자가 유목을 다시 불러낸 이유다. 공원국 지음/위즈덤하우스/296쪽/1만 6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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