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위드 코로나' 시대] ‘방역 완화’라 쓰고 ‘일상 회복’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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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메르스와 신종플루 중간의 어느 애매한 지점에 있다. 메르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세고, 신종플루보다 훨씬 위험하다. 자연스럽게 사라질 일도 없고, 위험도가 약해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결국 메르스나 신종플루와는 달리, 사전 준비와 지속적인 관리 없이는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명 ‘위드 코로나’는 불가능하다.

완벽한 일상을 찾기 위한 ‘징검다리’
일괄 방역→유연한 방역 전환 ‘초읽기’
접종 완료 땐 밀접 접촉해도 격리 면제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인 연착륙 못 해

위드 코로나, 완벽한 일상 찾기일까?

지난 6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에 대해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며 “방역적 긴장감이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가 방역 규제를 일괄적 규제 완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이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방역 규제가 남고 코로나19에 대한 관리는 계속된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위드 코로나는 중증환자 중심으로 방역 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 시대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견디기 힘들 경우에만 진단과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금처럼 접촉자라는 이유만으로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고 격리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말 그대로 현재 독감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미래상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공식적인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만 중증환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해, 무증상 감염자까지 확진 판정을 받고 있고 감염 확산 경로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 이 방역 체계가 흔들리면 집계되지 않는 감염자가 급증하고, 그에 따라 일정 비율로 중증환자 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병원을 찾는 사람들 위주로 확진자가 집계되면서, 확진자 대비 중증환자 비율이나 치명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중증환자는 360여 명 수준으로 방역 당국이 대응하기에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같은 효과적인 약도 없다. 이 때문에 방역 체계 전환 뒤 중증환자가 지금 수준보다 배로 늘어나면 적절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한 영국의 경우 지금도 하루 2만~3만 명의 확진자에 1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으며, 방역 당국은 “이런 위드 코로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방역 규제와 관리는 유동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0월 말 위드 코로나 전환되는가?

지난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드 코로나 적용 시기와 관련해 “10월 말까지는 최대한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청장의 발언은 원활한 백신 접종률 상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상 위드 코로나는 고령층 90%, 성인 80% 이상의 백신 접종이 완료됐을 때 적용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10월 말 위드 코로나 추진을 언급했지만, 이는 연말부터 즉각적인 중증환자 중심으로 방역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 정부는 단계별 방역 체계 전환 추진을 밝힌 만큼, 10월 말부터 일상 회복을 위한 방역 시스템 정비가 시작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의 일상 회복은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10월 말 위드 코로나 전환이 시작되더라도 당분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될 수 있으며, 일부 업종에 다한 영업 제한이 부분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밀접 접촉자의 경우 접종완료자는 격리 면제, 미접종자는 격리 등의 조치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형태의 관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방역 체계 전환과 감염 확산 억제를 병행하면, 방역 당국은 완벽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사이 중증환자 병상과 치료 병원을 늘리고, 백신 접종률을 100%에 더욱 근접하도록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완전한 일상 회복은 빨라질 것이다. 또 치료제 개발, 새로운 변이 출현 등 외부 요인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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