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정은경’ 안병선, 코로나19 방역사령관 자리 떠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부산시 안병선 시민건강국장이 9일 자로 자리를 옮긴다. 부산일보DB

그는 전문 방송인처럼 코로나19 브리핑을 깔끔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건강정책과장 때는 매일, 국장 승진 뒤에도 이틀에 한 번씩 부산 코로나19 상황을 온라인으로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기자나 시민들의 어떤 질문에도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답해 신뢰를 얻었다. 바로 안병선 부산시 시민건강국장 이야기다.

정확한 상황 판단·대응으로 일선 지휘
지난해부터 눈코 뜰 새 없이 현장 지켜
자영업자 어려움에 브리핑 중 눈물도
“종식 전 떠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
시·의료계, 감사패와 공로패 전달키로

그런 안 국장이 딱 한 번 사고를 쳤다. 올해 초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자영 업자의 불만이 터져 나올 때였다. 감염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방송으로 전달해야 했다. 안 국장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희생이 커 책임자로서 무거운 심정이다”는 취지로 말을 하다가 그만 목이 메였다. 그러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늘 침착하던 안 국장의 눈물에 시청자들도 숙연해졌다. 보통 온라인 브리핑엔 실시간으로 부산시에 대한 불만 댓글이 쏟아지는데, 그날만큼은 방역 인력에 대한 응원이 주를 이루었다. 안 국장은 “그즈음 자영업자들과 면담을 자주 했는데, 어려움과 희생하는 모습이 너무 죄송스러워 그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줄곧 부산의 코로나19 방역 현장을 지키며 지휘하던 안 국장이 방역 일선에서 물러난다. 9일 자로 안 국장은 부산보건환경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후임으로 현 조병수 부산보건환경원장이 내정됐다. 안 국장에게 가족 병간호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게 이유다. 갑작스러운 인사처럼 보이지만, 두 달 전 안 국장은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사적인 문제로 아무래도 코로나19 총책임자로 전력을 쏟기 힘들 것 같아서다. 부산시는 두 달 가까이 안 국장의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만큼 그를 신뢰했다.

9일 안 국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 자리를 떠나, 여전히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은 오전 7시 즈음 출근해 오후 10시 전후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다. 그나마 근무량은 올해 좀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3~4일에 한 번 집에 가고, 종일 시청에 있었다. 안 국장은 “혼자 그런 게 아니라 시청이나 보건소 등 방역 관계자들 모두가 다 그렇게 지낸다”며 “모두 고생해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잊고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정작 힘든 것은 마음이었다. 방역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떠올려야 했고, 사망자 누적수가 늘어갈 때마다 방역 책임자로서 자책했다고 한다. 인구와 밀집도를 고려하면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부산이 비교적 코로나19 방역에 모범적이라는 평가 뒤에 방역 책임자들의 이런 아픔이 있었다.

1990년 부산대 의대 졸업 뒤 안 국장은 부산시 의사 공무원으로 들어와 줄곧 일선 보건소와 시청 등에서 근무해 왔다. 안 국장은 “동료 의사들보다 수입은 적지만, 시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한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이 코로나19 싸울 때, 자영업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차분하게 시민 전체의 건강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고심하던 이가 있었다는 건 행운이다. 부산시와 의료계는 10일 안 국장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