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권투경기에서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해설을 진행하던 중 음료를 마시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20주년인 지난 11일(현지시간) 권투 경기 해설에 나섰다. 전·현직 대통령 중 96세로 몸이 불편한 지미 카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9·11 추모식에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세미놀하드락 호텔에서 열린 전 헤비급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와 전 종합격투기(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비토 벨포트의 경기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해설자로 나섰다.

뉴욕 공식 추모식 참석 외면
홀리필드 경기 마이크 잡아

경기는 1라운드 중간 벨포트의 TKO 승리로 끝났다. 그는 홀리필드가 맥없이 무너지자 “그가 예전 같지 않다. 시작할 때부터 예전 같은 투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복싱계의 전설이자 현재는 58세인 홀리필드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경기를 해설하던 도중 작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심판 판정을 기다리던 중 과거 복싱 경기에서 잘못된 판정을 많이 봤다면서 “이건 선거와 같다. 이것도 조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패한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자신이 누군가와 복싱을 해야 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쉬운 상대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은 경기 시작 몇 초 만에 쓰러지리라 생각한다”고 조롱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트럼프의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 음담패설 파문을 언급하며 “고등학교였으면 그를 체육관 뒤로 데려가 사정없이 때렸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응수였다.

한편 미국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60%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의 지도자로 인정했지만, 2024년 대선 재출마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CNN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미국 성인 2119명을 상대로 온라인과 전화로 조사한 결과 공화당 지지층과 공화당 성향 무당층 가운데 63%가 트럼프가 공화당이 지도자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대 의견은 37%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선 재출마에 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응답한 이는 51%,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게 더 낫다’는 대답이 49%였다. 트럼프 재임 시절인 2019년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약 4분의 3이 ‘다른 정치인이 아닌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후보가 되는 게 낫다’고 응답했었다. 박태우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