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방 탈출은 일자리 아닌 자신의 성장 가능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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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교수 인터뷰

인구학 권위자인 서울대 조영태(사진) 교수는 “청년들이 일자리 때문에 지방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며 “인간으로서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당장 청년들의 지방 탈출을 반전시킬 방법은 없다. (정책효과가 나는 시점을)10년 후로 설정하고 지금의 어린 청소년과 청년들을 지방에 잡아둘 수 있는 전략을 치밀하게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문제가 심각하다. 국가 전체적으로 자연감소가 시작됐고 더욱 문제는 지방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지방은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심각하다’고 말은 하지만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에 는 인구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조영태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오스틴대에서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강의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에 지방 소멸 위기
정부 ‘심각’ 말뿐 정책은 뒷전
당장 떠나는 것 막을 수 없어
부산이 제2의 서울 되도록
10년 후 내다보고 전략 짜야”

■“기성세대는 일자리만 말한다”

조 교수는 “지방에 있는 한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청년들이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연봉도 세고 회사 미래도 창창한 그곳에서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날까”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는 일자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고, 문제의 솔루션이 일자리에 있다고 말한다”면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물론 일자리 부족이 전혀 원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하는 것도 성장이지만 지금 청년들은 인간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나는 유튜버로, 투자가로, 인플루언서로 어떤 것을 하겠다. 또 나의 부캐릭터를 만들어 이를 통해 성공의 가능성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런 청년들은 노는 것도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청년은 그런 기회와 성장가능성이 서울에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부산시는 청년들을 만나 지금 청년들의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10년 후를 반전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20살 정도의 어린 청년들을 부산에 붙잡을 수 있는 전략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 제2의 서울 돼야”

조 교수는 얼마 전 우리나라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수도권 집중 때문이라고 말한 적 있다. 수도권 집중은 치열한 경쟁 속에 청년들을 가두게 돼 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는 얘기다. 저출산문제는 현재 청년들의 생존본능이라는 것.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가 지방 거점도시 2곳 정도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교수는 “그런 방향으로 갔어야 하는데 이제는 어렵다”며 “그렇게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제 이 문제에 대한 합의는 어렵다”고 말했다. 너무 이곳저곳에 사람과 자원, 지원책을 분산시켜 놓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조 교수는 “이 문제는 자생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다른 지방도시보다 시작점부터 위에 있기 때문에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의 다른 시·군과 비교한다면 부산 상황이 상대적으로 훨씬 낫다”며 “지역의 청년들이 부산에서 기회를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부산이 제2의 서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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