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장 멈춘 부산 경제 다시 뛰려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영한 경제부 산업팀장

요근래 부산 경제에 대한 암울한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닌데 굳이 다시 들춰내서 어쩌자는 거냐고는 하지 말자. 부산 경제 내부에서 끊임없이 진단하고 노력을 거듭하지 않으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부산 경제 추락에 대해 산업구조 재편, 대기업 유치, 창업 토대 마련 등 많은 전문가들의 해법들이 쏟아졌고, ‘내가 한 번 해결하겠노라’ 큰소리친 정치인도 숱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석들에서는 부산 경제에 바뀐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부산 경제 뒷걸음질 지속
혁신역량 부재 더 큰 문제
경제 혁신 흐름 오르려면
지역기업 역량부터 갖춰야

최근 한 보고서 결론을 보면 지난 10년간 부산 기업들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며칠 전 내놓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 현황’ 보고서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에 드는 부산 기업은 29개사에 불과했다. 부산 1위 기업 르노삼성차마저 전국 118위로 밀려나며 전국 100대 기업 명단에는 부산 기업이 단 1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참담함을 견디며 10년 전 부산상의가 발표한 같은 보고서를 찾아보고는 맥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 2010년 부산 기업들 사정이 10년이 흐른 2020년에도 어쩌면 판박이처럼 닮았단 말인가. 이번 부산상의 보고서에 2020년 매출액 기준으로 전국 1000대 기업에 속한 부산 기업 29곳의 총 매출액은 27조 928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0년 조사 때 43개 기업 총 매출액 28조 6846억 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부산 1, 2, 3위를 차지한 르노삼성차, 부산은행, 한진중공업은 당시에도 똑같이 1, 2, 3위였다. 르노삼성차 매출이 2010년 5조 1600억 원대에서 3조 4000억 원대로 내려앉았고, 한진중공업도 2조 7500억 원대에서 1조 6900억 원대로 급감했다는 점만 달랐다.

질적 변화도 없었다. 2010년에 1000대 기업에 든 부산 기업 43개 중 절반가량이 부침을 이겨내며 명단에 남았지만 전국을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플랫폼 기업은 고사하고 ICT나 의료·바이오, 우주·항공 등 혁신 성장 부문 기업도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경기 따라 기업 간 순위 바꿈이나 교체만 이뤄지며 계속 쪼그라든 셈이다.

부산 내부적으로 변화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또 다른 분석은 상황을 더 절망스럽게 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는 부산은 자체적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뒤집어낼 혁신역량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부산의 혁신성장 역량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위에 머물렀다. 혁신성장역량 유형 가운데 부산은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혁신성장 취약형’으로 분류됐다. 혁신기반역량(11위)이나 미래산업기반역량(12위)이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거다.

이는 부산이 미래를 스스로 열어갈 동력도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부산에 대해 “청년 및 생산가능인구의 수도권 및 인근 대도시로의 유출로 혁신 성장의 핵심 주체인 사람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래산업기반 역시 취약하다고 진단하며 지역 내부 산업을 고도화하고 혁신 생태계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나 지방정부도 부산 경제의 절박함을 모르진 않는다. 정부는 디지털·에너지·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 뿐 아니라 기존 산업군에도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관련 법규를 만들고 예산을 쏟아부으며 부산과 관련해서도 동남권 메가시티, 가덕신공항, 2030 부산월드엑스포 등 장기 대책을 내놨다. 야당 리더십으로 바뀐 부산시도 정부에 보조를 맞춰 산학협력혁신을 이끌 컨트롤타워인 부산지산학협력센터를 개소하는 등 자체 혁신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역 기업들이 이런 혁신의 흐름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느냐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역 기업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다양한 성장 전략을 썼음에도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체력이 약화된 지역 기업들에게 뼈를 깎는 혁신이 버겁기도 할 테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건설이나 월드 엑스포 유치,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등 메가 이벤트들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그 잔치판에 뛰어들려면 지역 기업 스스로 지금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해야 한다. 부산 경제의 가장 주요한 주체인 기업들이 답을 찾지 못하면 부산 경제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2030년에는 전국 100대 기업 명단에 글로벌 시장을 휘젓는 부산 기업 몇 개쯤 들기를 기대해 본다.

kim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