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 오르는 게 없는 물가, 팍팍해진 서민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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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세가 이어져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경창시장 한 반찬가게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물가 상승세가 이어져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경창시장 한 반찬가게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근래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시중에선 ‘장바구니 폭탄 물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3.4%나 올랐다. 돼지고기, 달걀, 쌀을 비롯해 해산물, 채소, 과일 등 서민들이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식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보통 부담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나가서 사 먹자니 그것도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햄버거를 비롯해 김밥, 볶음밥, 짜장면, 돈가스, 삼겹살, 떡볶이, 막걸리 등 서민이 즐겨 찾는 외식 품목들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그 오름폭이 지난해 기준 작은 것은 2%, 큰 것은 9%가 넘는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연간 상승률 2%대 이상 고공 행진

모든 역량 동원해 선제적 관리해야


밥상 물가만이 아니다. 이제는 전기요금까지 들썩인다. 전기요금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인상을 억제해 왔다. 이 때문에 2013년 11월 이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 등 연료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전력용 석탄은 올 5월 톤당 100달러 선에서 8월에는 175달러까지 치솟았고, 두바이유도 올 초 60달러 수준에서 지금은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23일 예정된 올 4분기 전기요금 공시에선 인상 쪽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도 물가 상승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통해 국내 물가는 5개월째 연속 2%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 가고 있으며, 특히 전체 물가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가격이 진정되지 않는 등 이전보다 여건이 더 안 좋아진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말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5차 재난지원금으로 풀린 11조 원과 다음 달 소비분부터 적용되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등 시중에 공급되는 막대한 유동성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급등하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다 금리 인상 등 이중 삼중의 고통에 빠져 있는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생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선제적 물가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21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엄중한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에 가용한 정책과 역량을 모두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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