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뿌리산업 전문기술인재 육성, 현장 캠퍼스로 새 전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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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호 동의과학대학교 기계계열 교수


뿌리 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을 통해 제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을 뜻한다. 자동차, 선박, 항공 등 제조업의 근간인 공정기술을 다루는 만큼 최종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동남권은 수도권 다음으로 뿌리 산업이 발전한 권역으로, 국내 뿌리 산업의 30%가 이곳에 있다.

고용을 창출하는 제조업의 바탕이자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함에도, 뿌리 산업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영세한 기업 규모와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뿌리 산업은 연구개발 역량 부족과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인력난은 학력별 종사자 비율에서 잘 나타난다. 전체 종사자 중 고졸 이하의 비중이 65% 내외로, 대다수가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일을 시작하여 근무하고 있다는 면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드러낸다. 특히, 국내는 노무·기능직의 비율이 높기에 개개인의 기술 숙련도와 지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뿌리 산업의 쇠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와도 직결된다. 산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재직자 대상의 교육·훈련과정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지난 7월 동의과학대학교와 부산경남금형협동조합이 큰 결심을 맺었다. 바로 ‘화전산단 현장 캠퍼스 개설’이다. 현장 캠퍼스란 산업체의 유휴공간을 교육환경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양 기관은 화전산단에 있는 부산경남금형기술센터를 첨단 기계·금형 기술 교육장으로 활용해 재직자 대상 계약학과를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

물리적 제약 극복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기존에 대학을 오가며 교육을 이수해야만 했던 학습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산업체의 교육과정 개발 및 교육 참여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고, 현장실무경험이 풍부한 우수 교원을 파견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을 교육과정에 우선 편성하는 등 산업 수요 맞춤식 교육에 유리하다.

재직자는 현장 캠퍼스에서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대학 자체 장학금 외에도 국가 장학금, 고졸후학습자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이 지원되며, 교육과정 참여 이전에 이수한 비학위과정이나 근로 경험 등을 일정한 기준을 통해 학점으로 인정하는 ‘학습경험인정제(RPL)’가 도입돼 교과목 부담 역시 크게 덜어줄 예정이다.

산업계 또한 재직자들이 학습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잔업 자제 등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또한, 인사고과 가산점 부여 등 성과보수 방안을 도입하여 재직자의 학습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과 산업계의 자생적 노력에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화답해야 할 차례다. 뿌리 기술은 앞으로의 미래에도 로봇, 바이오, 드론, 친환경차, OLED,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의 필수 기술이다. 국내 뿌리 산업이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 훈련을 비롯한 신기술 지원, 첨단장비 구축 등에 대한 정부의 거시적 안목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번 화전 캠퍼스를 시발점으로 하여 부산지역 또한 ‘스마트제조혁신센터’를 구축하여 지역 제조 현장 기술을 선도하는 개방형 시험대로써 뿌리 산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금형산업 특화단지 지정’ 등 금형 생태계 조성을 통해 금형 기업 집적화를 유도하고 공동 활용 시설・편의 시설 구축 및 공동 혁신 활동을 위한 환경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 규제 대응, 에너지 비용 절감, 인력 유입 촉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뿌리 산업은 어원 그대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에는 뿌리 기술이 녹아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지금이야말로, 뿌리 산업이 인재와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발판으로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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