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반려견도 고령화 시대… 인지장애증후군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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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아이센텀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수의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지 20년이 넘은 지금, 과거와 비교해 보면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매우 많이 늘어났다. 당시엔 12살만 되어도 오래 산 편이었지만, 지금은 20살 가까운 나이에도 큰 병 없이 지내는 반려동물들을 심심찮게 진료실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으면 안타깝게도 어두운 면도 생긴다. 사람들도 노령인구가 증가하면 순환기 장애, 대사장애, 종양 등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하는데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로 사람과 비슷한 질병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질환이 치매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 ‘인지장애증후군’이다.

인지장애증후군이 슬픈 질병인 이유는 뇌 조직에 변성이 발생해 여러 신체적인 변화도 나타나지만 평소 사랑스럽고 나와 추억을 공유하던 반려동물이 점점 공격성을 띠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밤낮이 바뀌고 울부짖는 등 서서히 나와 내 가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많은 보호자들이 이런 반려동물의 행동이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일 정도로 치부해 진단이나 검사를 받지 않고, 상황이 점점 더 악화돼서야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장애증후군은 다른 질병에 비해 그 기전과 진행단계, 치료법이 사람이나 동물이나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초기 진단이 힘들었다. 이후 확진을 받아도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동물병원에서 진단 후 치료를 해도 일시적인 호전이나 병증의 진행을 약간 느리게 해 주는 정도라 보호자들도 치료받게 하는 것이 힘이 든다.

사람이나 반려견의 인지장애증후군의 발병과 치료에 대한 연구가 더뎠던 이유는 의외로 의학 연구에 이용되는 실험용 쥐에서 전혀 다르게 발증하거나 진행돼 연구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람과 반려견의 인지장애증후군이나 알츠하이머 질병에 있어서 발병과 진행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발견돼 연구에 박차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이 질병들은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 플라크 같은 특정 단백질이 응축되고 그것들이 뇌 신경세포에 손상과 파괴, 위축을 유발해 뇌병변을 만들어 이 결과로 인지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다. 예전에는 이러한 뇌조직 손상에 따른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치료 방법을 썼다면, 이제는 이런 특정 단백질의 침착과 산화물질을 차단하고 신경세포에 염증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인지장애의 진단은 DISHAA, CADES 등의 지표를 활용한 동물병원 내 검사와 MRI 등을 활용한 뇌조직 검사를 통해 실시한다. 인지장애 증후군의 초기 증상은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짜증과 공격성이 증가하거나 △대소변 패턴이나 장소가 달라지거나 △수면 시간이 변화하거나 △짖거나 울부짖는 행동이 생기거나 없어지거나 한다. 만약 내 반려견이 10세 이상이고, 갑자기 생활이나 행동 패턴이 바뀌었다면 내원해 가벼운 검진부터 받아보도록 하자.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지만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는 남은 반려동물의 삶과 보호자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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