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 매각 기한 또 연장… 더 커지는 매각 철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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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반대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난달 천 리 길 도보 행진을 벌였다(왼쪽). 이후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인 신상기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을 서일준 국회의원이 지지방문했다. 대우조선노조 제공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기한이 오는 연말까지로 또 한번 연장됐다. 벌써 4번째다. 유럽연합(EU) 등 경쟁국의 기업 결합심사가 코로나19 등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지연된 것이 이유다. 대량 실업과 지역 경제 악영향을 우려해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노동계와 지역사회는 “이미 명분도, 실리도 사라졌다”며 매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맺은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거래종결기한을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3개월 연장했다고 밝혔다.

EU 심사 변수로 연말까지 연기
“매각 명분·실리 사라졌다” 여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선행조건인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지체되고 있다”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결합 신고 주체인 한국조선해양이 연내 EU 심사종결을 목표로 대응 중”이라며 “산업은행은 인수 주체인 한국조선해양과 협력해 남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2019년 1월,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대우조선 민영화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양측은 애초 2020년 9월 30일 인수합병 종결을 목표로 잡았고,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다. 관건은 EU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심사가 지연된 데다, 국내 조선 3사가 독점하고 있는 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을 고집하면서 2년 8개월째 하세월이다. EU의 독점 해소 방안 요구에 한국조선해양은 아직 공식 답변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용하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은 물론 한국 조선업 위상도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 구조개편을 통한 대외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애초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역에선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매각 중단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대량 실업과 연관 생태계 파괴, 지역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걸림돌이 될 관계법 유권해석을 ‘과장 전결’로 단 3시간 만에 끝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졸속·특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매각은 국가계약법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엉터리, 짜 맞추기, 졸속 매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천 리 길 도보 행진을 통해 매각 부당성을 호소했던 노동계는 상경투쟁에 나섰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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