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 간호사에 무조건적 헌신 강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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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 양운고 2

지난달 2일 총파업을 결의했던 보건의료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나 국민들은 음지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혈투를 벌이는 이들의 고생을 잊지 말아야 하며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직전 철회
근무 환경 열악 공공의료 강화를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잠시의 쉴 틈도 없이 환자들을 돌보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1인당 10~15명의 환자를 돌보는 탓에 간호사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등, 최소한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시간도 아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간호사 1명 당 5명의 환자를 보기 때문에 한국의 간호사들 보다는 여유롭다.

이처럼 고된 업무가 연속되기에 신규 간호사의 약 45%는 1년 이내 이직을 희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의료기관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43만 명이라고 하지만 현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2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50% 정도는 의료기관을 떠나있는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매년 간호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대입에서도 간호학과는 경쟁률이 다른 학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 청소년들 사이에 간호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그들에게 비치는 간호사는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는 성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약자의 입장에서 끌려가는 힘없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동등한 관계이기보다는 수직적으로 얽혀있는 의사와의 관계, 병원내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해야하는 간호사들의 위치가 이러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한목했다.

보건복지부는 ‘백의의 천사’라고 하는 간호사들이 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결의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도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응하여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등 감염병 대응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모든 간호사들이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행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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