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시대’ 수산업 부흥 ‘지속가능 브랜드화’에 달렸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착한 소비가 바다 살린다] ④ 지속가능성이 돈 되는 시대

은하수산이 고성에 만든 순환여과식 광어 양식 장비로 ASC(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키운 수산물 인증) 획득에 도전한다. 순환여과식은 육상에서도 양식이 가능할 정도로 외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은하수산 제공

해양관리협의회(MSC)의 지속가능한 어업을 담보하는 MSC 인증이 늘어나는 데는 ‘돈이 된다’는 인식이 밑바탕됐다. 미국 서부에 있는 모로베이 어장이 마구잡이식 어업으로 파괴되자 국제자연보호협회가 어업권을 사들였는데 이때 하나의 실험을 했다. 어종과 크기를 제한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어업을 한다는 조건으로 어업권을 임대한 것.

이렇게 어업을 진행하자 품질이 좋아졌다. 기존에 잡았던 은대구는 kg당 45센트에 팔렸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어업이 알려지며 유기농 슈퍼마켓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제품이 들어가자 kg당 2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는 미국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줬다. 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들이 여기에 동참했고 판로가 확대되자 모로베이의 어부들과 같이 지속가능한 어업을 하는 어업종사자들도 늘었다.

어종·크기 제한 방식 어업 실험
품질 상승하고 가격도 올라
은하수산, 순환여과식 양식 도입
오염수 불안 해소 등 브랜드 강화
한림수협, 위생적 유통체계 구축
시너지 효과 위해 MSC 인증 도전
완도 전복, 지속가능 양식 브랜드화

■지속가능성이 만드는 부가가치

부산지역 수산업체는 (주)은하수산은 최근 경남 고성 부경대 수산과학기술센터에 광어양식장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양식 인증인 ASC 사전 신청을 했다. 10월 사전심사가 끝나고 이르면 내년 중으로 ASC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승인이 난다면 세계 최초 광어 양식 ASC 인증이 된다. 은하수산은 미국, 캐나다, 중국, 동남아 등에 다양한 제품을 수출 중이다. 은하수산 송건호 사장은 “광어는 국내 횟감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어종임과 동시에, 양식 어업 규모가 가장 큰 어종이지만 정체된 양식 기술과 설비 수준으로 인해 글로벌 양식 환경과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무분별한 개체관리와 오염 배출수, 재취수 문제 등으로 인한 품질 저하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저하되고 있어 ASC 광어 양식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은하수산이 택한 방식은 사육조에서 나온 물을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순환여과식이다. 기술적, 재정적 요인으로 순환여과식은 국내에서는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은하수산은 향후 가치 소비의 문화가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 환경의 시대로 이어질 경우 이는 큰 장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사장은 “고성에서 준비하는 광어양식장은 환경적 영향을 통제할 수 있는 육상 순환여과식 양식으로서 향후 일본 방사능 오염수 문제와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하수산은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움직임에 대비해 고성 ASC 인증 광어 양식장에 ‘게임’의 요소를 더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게임에서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등의 일을 하는 것과 연계해 실제 광어를 고성에서 키우는 것이다. 향후 광어가 성어가 되면 은하수산에 광어를 판매하거나 제품으로 받아보게 된다. 송 사장은 “소비자들 역시 바다 생태계, 지속가능성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게임의 요소를 도입해 은하수산의 MSC, ASC 인증을 알리면 은하수산의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물산 역시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기장물산의 외식 브랜드 ‘어보’에서는 지속가능성 인증 미역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기장물산은 미역에 관한 ASC-MSC 인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해조류와 관련해 세계 최초로 인증 기록이다. 기장물산 김민수 대표는 “의식있는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어보를 찾는 이들이 많다”며 “아직은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수산물이 많지 않아 원료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비율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만으로는 안된다

제주도는 부산과 함께 수산물이 다양한 도시다. 제주도 한림수협은 연근해어업 중 대형선망에 이어 두 번째로 MSC 도전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림수협은 참조기, 갈치, 고등어 등을 주로 취급하며 근해자망어업과 근해연승어업을 비롯한 다수의 연근해어업인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제주 한림수협이 MSC 인증에 도전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한림수협이 자랑하는 품질위생형 수산물 위판장은 15도 저온 환경에서 수산물을 경매, 선별, 포장함으로써 양륙에서 출하단계까지 수산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산물 안전·위생 유통체계를 갖춘 위판장이다. 자동선별기를 이용해 단시간에 대량으로 선별한 수산물은 규격화해 플라스틱 어상자에 포장하고 위생적으로 유통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한림수협 이광진 유통상무는 “우수한 품질 관리는 기본이다”며 “가치 소비에 대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림수협의 수산물들이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MSC 인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군 역시 이를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완도군은 직접 인증 희망 어가 조사부터 교육, 컨설팅, 심사 등 전적으로 관리한다. 현재 완도군은 전복에 대한 ASC 인증을 총 39개소에서 획득하면서 ‘세계 최다 ASC 인증 최대 보유군’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

부경대 김도훈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완도는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육성하며 완도에서 생산되는 전복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양식됐다는 것을 브랜드화하고 있다”며 “부산시 역시 지역수산업의 부흥을 위해서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