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도시 부산에 걸맞은 노인복지 정책 모형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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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이제는 노인과 노인복지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부산이 한국 노인복지정책의 모형이 될 수 있습니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는 올 7월 부산시 노인복지정책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됐다. 2년 임기 동안 각계 전문가와 함께 부산시의 노인복지 기본계획을 심의한다. ‘초고령사회 부산’에서 위원회의 역할은 가볍지 않다.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초고령사회의 기준인 20%를 이미 넘어섰을 것으로 본다. 8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첫 테이프다. 노인뿐 아니라 신중년의 생애재설계 관련 심의도 겸한다.

부산시 노인복지정책위원장에 위촉
노인복지 기본계획 심의 ‘책임 막중’
“노인+신중년, 부산 인구의 절반…
생활복지 관점으로 정책 전환해야”

“노인 인구 20%에 신중년(50~64세) 인구 30%를 더하면 한 도시의 50%를 넘습니다. 신중년은 인구의 허리 축일 뿐 아니라 신중년이 단단해야 건강한 노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갈수록 정책적으로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습니다. 신중년에서 노인까지 통합하는 개념이 없으면 도시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한 대표는 부산이 노인복지정책과 고령친화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부산은 노인뿐 아니라 신중년 인구의 비중도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스마트도시의 과학기술을 접목하기도 용이하다. 노인복지를 사회복지의 영역으로만 볼 게 아니라 보건의료, 평생학습, 일자리와 산업 등을 아울러서 접근한다면 도시에 회색빛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재생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연구소가 노인용 교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도사들과 줌 회의를 하는데, 노인들의 변화가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노인이 더 잘 살 수 있는 과학기술은 결국 모두를 이롭게 하잖아요. 고령친화대학도 가능하지요. 학생 수가 줄어서 힘든 지역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신중년이 은퇴 준비를 하는 식으로요. 외국 노인들이 기숙사에 머물면서 여행과 교육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어떨까요?”

이와 같은 생각은 “긍휼 복지에서 생활 복지로”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20% 노인만을 위한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라 노인과 신중년을 더한 절반의 시민, 더 나아가 이들이 속한 가족 구성원 전체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복지로 복지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대표는 “가정학에서 노년학을 전공하면서 노년을 분절된 정책 대상이 아니라 가족의 생활이자 생애주기의 한 부분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1997년 노인생활연구소를 개소하고 24년째 이끌고 있다. 개소 전년도에 박사학위를 받은 노인학대 논문을 포함해 모든 연구와 프로그램은 현장을 기반으로 운영됐다. 노인 디지털교육과 자기 치유를 위한 사회심리극이 그랬고, 연구소가 개발해 서울, 경기, 경남 등에 전파하고 있는 노인용 교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아시아태평양액티브에이징 컨소시엄 한국대표와 한국노년학회 이사로 국내외 학문 교류도 놓지 않는다.

그는 “초고령사회와 고령친화도시를 준비하려면 정책에 앞서 모든 사회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연령 차별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을 나이의 숫자로 평가하지 않고 그 사람의 역량과 기능으로 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앞으로 노인복지정책위원회를 통해 연구소의 역량을 공유하고, 부산시가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복지 정책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민간연구소에서 새로운 관점의 노인 연구를 함께할 후학을 양성하는 것도 마지막 과제”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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