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자라기 어려운 도로 비탈면 암반에 3억 들인 공원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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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마천면, 협의도 안 거쳐

함양과 화계를 연결하는 1023호 지방도 옆 가파른 경사면에 마천면이 조성한 포켓공원.

경남 함양군 한 면에서 꽃이 자랄 수 없고 주민 접근도 어려운 비탈진 곳에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공원 조성 당시 함양군 담당 부서와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4일 함양군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함양군 마천면은 주민참여예산으로 1023호 지방도(화계~함양) 도로 옆 경사면(구양리 산60-4 일원)에 포켓공원을 조성했다. 경남도 주민참여예산 1억 5000만 원에 함양군 예산 1억 5000만 원이 투입됐다. 마천면은 사업 설계와 실무협의를 거쳐 지난 4~5월 꽃동산을 조성했다. 이 공원 4663㎡에 기린초 6만 5856본, 사철채송화 5만 3606본, 달 단풍 3만 492본, 붉은 바위취 4만 9608본 등 20여만 본을 심었다.

그러나 포켓공원을 조성한 곳은 지방도를 개설하면서 깎은 바위 표면에 특수 식생 재료와 초목류, 양잔디 종자를 섞어 만든 녹생토를 뿌린 곳이다. 토목 전문가들은 암반 위 녹생토에는 꽃이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토목 전공 A 교수는 “녹생토를 시공한 사면에는 꽃을 심는 것보다 씨를 뿌려 자연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마천면은 공원을 조성하면서 함양군 관련 부서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함양군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도로변 경사면에 어떤 행위를 할 경우 우리 과와 협의해야 하는데 마천면과는 협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함양읍 주민 김 모(65) 씨는 “꽃으로 도배를 하는 함양군이 이제 심을 곳이 없으니까 녹생토를 시공한 사면까지 꽃을 심고 있다”며 “혈세 낭비에다 담당 부서 협의도 없이 마음대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사진=류영신 기자 ys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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