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박물관에서 추억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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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부산 대표 산업이었던 신발산업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왼쪽)과 금성사(LG전자 모태 기업), 락희화학(LG화학 모태 기업) 등 부산에 뿌리를 둔 기업과 기업 생산품.

올가을 한 번쯤 부산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보면 기분 좋은 전시, 청소년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호기심으로 다가오고, 어른들에게는 “그땐 그랬지”라고 고객 끄덕이며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전시가 박물관에서 시민의 발길을 반긴다.

부산박물관은 12월 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1년 특별기획전 ‘부산, 관문 그리고 사람’을 연다. 9월 1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부산시와 국립민속박물관의 ‘2021 부산 민속문화의 해’ 사업 업무협약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부산박물관 전시에 앞서 올해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바 있다.

‘부산, 관문 그리고 사람’
부산박물관 12월 5일까지
개항부터 1970년대
‘대표 관문 도시’ 생활상 전시

부산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개항기부터 현대까지 부산이 어떠한 관문을 거쳐 변천해 왔는지 살펴보고 그 속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과 현재의 위치를 함께 들여다보는 기회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

전시는 크게 2부로 구성돼 있는데, 1876년 개항부터 1970년대 부산까지를 아우른다. 박물관에서 입수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약장합편>, 부산시 문화재자료 제28호 ‘변관식 필 영도교’ 등 유물과 수집자료, 사진 영상 등 460여 점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부산박물관 이성훈 학예연구사는 “특히 영도다리 도개, 깡깡이질 배수리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관람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영상도 함께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1부 ‘질곡의 시간, 변방 항구에서 관문도시로’에서는 개항기부터 한국전쟁기까지의 부산을 조명한다. 1부 1섹션, 개항기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상으로 열린 항구’ 편에서는 조선 최초의 개항장 부산을 만난다. 당시 부산은 이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근대화의 관문이었다.

전시장에선 19세기 말 외교 통상 사무를 총괄하던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에서 개항 이후 각 나라와 맺었던 조약 내용을 쉽게 알 수 있게 정리해 놓은 책 <약장합편>을 비롯해 일본인 거류지(초량왜관 추정)의 일본인들을 담은 사진, 경찰서에서 행해진 복권 추첨 장면 등 개항기 부산 지역의 풍속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화첩 <일본거류지시대 조선견문도해>(1892)와 이를 상세히 번역해 보여주는 디지털 영상, 서양 선교사와 그들이 남긴 자료와 사진도 만나볼 수 있다.

1부 2섹션-‘대한민국을 끌어안은 피란수도 편’에서는 6·25전쟁 종군기자였던 부산 출신 사진작가 임응식이 찍은 피란촌 사진(피란촌, 부산, 1951), 변관식이 그린 피란민들과 영도다리(‘변관식 필 영도교’, 1951), 밀수품으로 유명했던 국제시장 관련 자료와 영상도 전시돼 있다. 1951~1952년 ‘부산의 하루’를 그린 삽화와 디지털 영상은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발길을 붙잡는다.

2부 ‘산업화의 중심, 확장된 삶의 무대로’에서는 1960~70년대 대한민국의 수출과 무역의 중심 역할을 한 부산을 조명한다. 아울러 현재도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추억의 물품들을 전시한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출발점이자 성장 동력이었다. 부산의 산업 중심지로 기업들의 새로운 입지가 된 곳은 동천 인근 지역이었다. 이곳엔 동명목재와 국제상사, 락희화학, 제일제당, 신진자동차, 대선주조, 동양고무 등 많은 기업이 자리를 잡았다.

‘금성사 라디오(A-501)’와 ‘금성 텔레비전(VD-191)’ 등으로 대표되는 금성사 등 부산에 뿌리를 둔 기업과 1960년대 부산 대표 산업이었던 신발산업, 삼백산업, 미원·미풍의 조미료 전쟁, 범일동 가구거리와 좌천동 자개 골목 형성을 이끌었던 목재산업도 소개한다.

또한 한국전쟁 피란기부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고 부산에서 새 삶터를 개척한 부산사람들도 들여다본다. 부산박물관 이준혁 학예연구사는 “이를테면 제주를 떠나 바깥 물질을 가는 출향 해녀의 거점이었던 영도의 ‘부산 해녀’, 망치로 배에 낀 녹을 ‘깡깡’ 소리 내며 떼어내는 ‘깡깡이아지매’, “재칫국 사이소” 외침과 함께 부산의 아침을 깨우며 재첩국을 팔던 ‘재첩국 아지매’, 강인하게 살아가는 어시장의 ‘자갈치 아지매’ 등 ‘부산 아지매’와 관련 자료, 생생한 인터뷰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항에서부터 현재까지 긴 질곡의 시간을 견뎌내며 사람과 물산, 문화가 모이는 부산. 그런 부산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 관문도시가 되었다.

글·사진=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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