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한 심사’ 30년 금자탑 쌓아 올린 부일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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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이 7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화려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사전행사로 레드 카펫, 핸드프린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 데 이어 영화 ‘모가디슈’에 수상의 영광이 돌아간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총 16개 부문에 걸친 시상식이 부산MBC와 네이버TV로 생중계됐다. 올해 30회째를 맞은 부일영화상의 의미는 각별하다. 1958년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상으로 출범한 이래 ‘국내에서 가장 공정한 영화상’이라는 명성을 30년째 지켜 오고 있어서다. 1973년 중단됐다가 2008년 다시 부활하는 곡절의 역사 속에서도 한 치 흔들림 없이 공정의 가치를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계의 축복이라 할 것이다.

‘숨은 보석’ 찾아내는 탁월한 안목
팬데믹 시대 우직한 걸음 이어 가길

부일영화상은 작가주의 정신이 투철하고 개성적인 작품을 찾아내는 책무를 단 한시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다른 영화상에서 거들떠보지 않은 영화가 후보에 올라오고 수상까지 하며 뜻밖의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상”이라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평가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지금 한국 영화계의 전설로 우뚝 서 있는 유현목 감독에게 유일무이한 다섯 번의 감독상을 안긴 것은 부일영화상이다. 시대를 꿰뚫는 저력의 영화인들을 발굴하는 데 뛰어난 안목을 지녔다는 뜻이다. 배우 윤여정의 진가를 일찌감치 알아본 것도 부일영화상이다. 사상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신인상·여우조연상·여우주연상 수상)에 오른 그는 부일영화상과 함께 성장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진행된 올해 부일영화상은 팬데믹 시대에도 풍성한 영화 축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시상식 중간에 상영된 부일영화상 30주년 스페셜 기념 영상은 최첨단 XR(확장현실) 기술로 축하 공연 연주와 관중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구현해 생동감 넘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평가다. 무관중 시대를 대비해 영화 축제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과 더불어 영상 제작 과정에서 지역의 독자적인 기술과 인재들을 활용함으로써 미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30돌 부일영화상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부일영화상은 이제 과거의 낭만과 추억을 뒤로하고 또 다른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간 앞에 서 있다. 역사적인 ‘30년 금자탑’의 자긍심을 발판 삼아 더욱 공정하고 그래서 더욱 권위 있는 영화 잔치로 그 품격을 지켜 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일영화상의 최고 덕목이 심사위원들의 고유한 결정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는 데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던 심사위원들의 노고에도 치하의 말씀을 전한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했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서 부일영화상의 변함없이 묵직한 발걸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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