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물 분류 ‘부녀반’ 부족에 공동어시장 위판 물량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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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의 분류 작업 인력이 부족해 고등어 위판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고등어가 가득찬 모습.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어획물의 분류 작업을 진행하는 ‘부녀반’의 인력 부족으로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에 비상이 걸렸다. 인력 부족으로 위판이 지연되자 어획물의 신선도가 나빠져 어가(魚價)도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선사들은 조업을 일시 중단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7일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의 80%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선망의 고등어잡이가 본격화되자 물량을 다 쳐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금지에 인력난
위판 지연에 신선도 떨어져 값 하락
일부 어선은 다른 위판장으로 이동

대형선망은 9월 말부터 8만~10만 상자의 고등어를 잡아올리고 있다. 10만 상자를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6시까지 처리하려면 1000여 명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작업을 하는 부녀반은 500여 명 정도로 최대 6만 상자 정도가 한계다. 결국 어획물은 더운 날씨 속에서 적체되고 있다.

수산물은 선도가 떨어지면 가격도 떨어진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추석 전까지 상등급 제품의 경우 kg당 7500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5000원 선까지 내려왔다. 물량이 많아진 요인도 있지만 선도 자체가 나빠졌다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늦더위가 이어진 데다 물량 처리도 밀려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얼음 공급에도 문제가 생긴 상황이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위판이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않아 어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일부 어선들은 다른 위판장으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판을 기다리는 어획물이 늘자 대형선망은 조업을 일시 중지하는 안도 고려 중이다. 대형선망수협은 선사들에게 격일제 조업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의견을 조율 중이다.

문제는 올해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3D 직업으로 분류되는 부녀반은 고령화는 물론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2019년까지는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 고용으로 해결했다. 10만 상자 이상을 잡아도 원활히 위판이 진행됐던 이유다. 하지만 2020년 초 부산지방노동청에서 부산항운노조가 갖는 ‘국내근로자공급사업권’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부산공동어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전체 50%에 달하는 5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투입이 어려워졌다. 반면 내국인들은 어시장의 일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대형선망수협과 공동어시장은 인력을 공급하는 별도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부녀반 인력을 제공하는 부산항운노조와의 이견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을 공급하는 부산항운노조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차용장 어류지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부녀반의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다 보니 농업이나 공사 현장 등으로 인력을 빼앗기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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