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았는데 일손 못 구해… ‘개점휴업’ 남해안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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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을 공급받지 못해 작업 개시조차 못한 통영시 용남면의 한 굴 박신장. 작업대는 텅 비었고, 바닷물로 흥건해야 할 바닥은 바짝 말랐다.

“이대로는 내달 성수기 때도 손을 놔야 할 판입니다.”

1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한 굴 박신장. 지금쯤 한창 분주해야 할 작업장이 썰렁하다. 널따란 작업대는 텅 비었고, 바닷물로 흥건해야 할 바닥은 바짝 말랐다. 어장주는 “일손이 달려 아직 시작도 못했다. (내국인은) 대부분 고령자라 젊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작업이 불가능한데, 코로나19 때문에 1년 넘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자칫 올해 박신 작업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 출하 시즌을 앞둔 경남지역 굴 양식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작황도 나쁘지 않고 시장 반응도 좋은데 정작 생산 인력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최대 소비처 중 하나인 일본 수출도 올해는 시작부터 난항이다.

작황 좋고 소비자 반응도 좋은데
통영·고성 박신 작업장 가동 못 해
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난
본격 출하 시즌 앞두고 한숨만

경남 통영시에 본소를 둔 굴수하식수협은 오는 21일 ‘2021년도 생굴 초매식’을 갖는다. 초매식은 수협 공판장에서 진행되는 첫 경매 행사다. 국내 최대 굴 산지인 경남 남해안에선 매년 10월 중순 출하를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생산 시즌을 이어간다. 이 기간 1만 5000여t에 달하는 생굴이 공급된다. 올 시즌은 초반 악재가 없는 만큼 무난한 출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수도권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가 시작되면서 산지 주문량도 늘고 있다.

관건은 인력 수급이다.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통영과 고성에는 줄잡아 250여 곳의 굴 박신장이 있다. 박신장은 굴 껍데기를 제거하고 알맹이를 발라내는 작업장이다. 종사자는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핵심 인력인 박신 여공 대부분이 6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다. 그동안 부족한 노동력을 메워 준 게 외국인 노동자다. 중간 유통을 책임지는 가공공장까지 포함하면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는 최소 2000여 명 이상.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작년부터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다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굴수협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에 6월부터 인력 공급을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결혼이주여성 가족의 경우, 6개월 관광비자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마저도 막혔다”면서 “일부 작업장은 아예 가동을 못 할 정도라 당장 수급이 안 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수출 시장도 비상이다. 무엇보다 일본 시장이 심상찮다. 생굴 한 해 국내 총생산량의 20% 정도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달 들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통에 굴 소비가 급감한 탓이다. 그 사이 일본 최대 굴 산지인 히로시마 연안 작황이 회복되면서 한국산 굴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국내 인건비 인상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이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최소 시급이 1만 원을 넘긴다. 전체적으로 인건비만 40% 이상 뛰었다”면서 “국내산 원료 가격도 상승세라 코로나 이후 소비가 살아나도 단가가 높아 수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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