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Ghetto / 이기록(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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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가는 아이가 녹는다 맨발로 뛰어가다가 찢긴다 끝이 없는 것들이 도로 위를 점령한 후 고립된다 박쥐는 밤마다 태어나고 새벽마다 녹았다 녹은 자리에 영혼들이 피었다 어쩔 수 없는 연인들만 돌아본다 시따윈 깊숙하기 위해 쓴다 깨진 손목을 쓸어 담자 누구든지 얼고 있다 파이프가 끊긴 후 손잡이만 남은 빗방울들이 헤엄친다 발자국들을 건진다 그만 놓아달라고 말한다 흩날릴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걸 안다 수정되지 않은 알들만 자란다 지독한 꿈을 던져주고는 얼굴을 가린다 떨구고 간 운명이 쓸릴 때마다 금이 간다 일그러진 별들이 애틋하게 바라본다 수신인은 정하지 않았다 그저 만났던 밤들이 깨질 뿐이다

-시집 (2020) 중에서-

Ghetto란 소수민족이나 빈민들이 모여 사는 주거 지역을 말한다. 중세기 유럽에서 유대인 격리 지역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지금은 미국의 흑인이나 소수 빈민 지역을 대변하는 단어로 쓰이며 갱스터 랩이나 독특한 음악 장르에서 많이 인용된다. 언어적으로는 명사 앞에 붙어서 허접한, 이라는 뜻으로 쓰여지고 있다.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은 얼마나 더 행복해졌을까? 고대 이후 문명의 발달은 인류를 더 높이 더 빠르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기아에 굶주리는 아이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 살인, 질병의 재난은 고대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대나 중세의 왕족, 귀족에 해당되는 소수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인류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인류 욕망의 산물인 문명도 인류의 그늘을 지우지는 못한다. 조금씩 같이 못 살면 어떨까?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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