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929 >눌러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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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종이 호일을 깔고 기름을 두른 뒤 구워주시면 생선살이 눌러붙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주문으로 갈치를 샀더니 따라온 설명이다. 오자와 어색한 말투성이인데, 적당하게 고치면 이렇다.

‘종이 포일을 깔고 기름을 두른 뒤 구우면 생선살이 눌어붙지 않습니다.’

먼저, ‘호일’은 ‘포일’이 옳은 외래어 표기.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사전)을 보자.

*포일(foil): 금, 알루미늄 따위의 금속을 종이같이 얇게 편 것. 특히 요리나 포장에 쓰는 알루미늄박을 이른다.(포일로 음식물을 싸다.)

원어를 보면 ‘호일’로 소리가 날 까닭이 없다. 저렇게 ‘f’를 [ㅍ]가 아니라 [ㅎ]로 발음해 버릇하는 건 일본식. 일본에선 ‘foil’을 ‘ホイル(호이루)’라 한다. ‘프라이팬(frypan)’은 ‘フライパン(후라이팡)’, ‘팬(fan)’은 ‘ファン(황(후앙))’이라고 하고….

다음, ‘눌러붙다’라는 우리말은 없다. ‘달라붙다’나 ‘들러붙다’ 때문에 그런 말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없다.(‘눌러’는 ‘붙다’가 아니라 ‘붙이다’와 결합해야 제대로인 것.) 여기에 어울리는 말은 ‘눌어붙다’다.

‘눌러붙다’처럼, 어감으로 보자면 딱 표준어라야 할 것 같은데, 아닌 말은 꽤 있다. 아래는 어느 신문 사진설명.

‘8월 초 배롱나무에 배롱꽃이 만발한 기산면 문헌서원. 고려 후기 이곡과 이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서원으로 서천 9경 중 하나다.’

여기에 나온 ‘배롱꽃’이 바로 표준어처럼 생긴 비표준어다. 싸리나무에 핀 꽃은 싸리꽃, 동백나무에 핀 꽃은 동백꽃, 감나무에 핀 꽃은 감꽃이지만, 배롱나무에 핀 꽃은 배롱꽃이 아니라 ‘배롱나무꽃’인 것. 당연히, 표준사전에 배롱꽃이라는 말은 없고, 배롱나무꽃이 있다.(왜 이렇게 처리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을 다룬 어느 신문 기사 제목인데, 여기에도 착각하기 쉬운 가짜 표준말이 있다. 표준사전을 보자.

*찌들리다: →찌들다.

*찌들다: ①물건이나 공기 따위에 때나 기름이 들러붙어 몹시 더러워지다.(먼지와 땀에 찌든 옷./작업복이 기름에 찌들어서 때가 잘 빠지지 않는다….) ②좋지 못한 상황에 오랫동안 처하여 그 상황에 몹시 익숙해지다.(가난에 찌들다./고생에 찌들다….)

즉, ‘찌들리다’는 ‘찌들다’의 비표준어인 것. 사실, 이런 비표준어들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수는 없다. 우리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외에는….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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