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반도체 대란”… 글로벌 차 업계 대응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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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마다 차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차량 계약 후 인도까지 많게는 1~2년 가까이 걸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토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전기차 수요 확대 등으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생산 조정, 반도체 회사 인수, 자체 개발 등으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도체 부족에 전기차 수요 증가 겹쳐
업체별 최대 2년 기다려야 하는 모델도
향후 수년간 수급난 해결 어려울 수도
회사 인수·자체 개발 등 대책 마련 ‘골몰’



■현대차 최대 1년 계약 후 대기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계약 후 대기 기간이 현대차의 경우 ‘투싼’은 최대 9개월, ‘싼타페’ 5개월, ‘아반떼’와 ‘그랜저’는 약 4개월 걸린다. 기아는 ‘스포티지’와 ‘쏘렌토’ ‘K5’ ‘K8’ ‘카니발’ 등이 최대 6개월 가량 소요된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의 전기차는 내년 생산계획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5는 트림별로 내년 초 바로 받을 수 있는 모델도 있고,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모델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 사태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총 5일간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울산4공장의 팰리세이드 등 일부 생산라인도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지엠은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부평·창원 공장에 대해 모두 50% 감산에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차 중에선 포르쉐의 대기기간이 가장 길다. 카이엔 등 일부 모델의 경우 기존에도 1년 가량 대기했는데, 반도체 수급난 이후 최대 2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모델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는 회사 내부적으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 위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솔린 스포츠카 모델 등의 생산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BMW의 경우 대부분의 모델들이 4~6개월 대기를 해야 하고,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X시리즈는 대기기간이 6개월 이상이다. 벤츠도 상황이 비슷하다. ‘S500 4매틱’과 ‘G63 4매틱’의 경우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볼보는 최근 출시된 ‘XC60’을 계약하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볼보차코리아 측은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에다 수요가 대폭 늘어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신차 출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고차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중고차 매매플랫폼 엔카닷컴 측은 “미국 시장은 중고차 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한국은 월별 추이를 보면 아직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업체 대응책 마련 분주

업계에선 전기차의 경우 내연 기관보다 전력반도체 등 반도체 부품이 10배 이상 필요한데다 생산량 급증으로 향후 수 년간 공급이 원활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품 수급과 자체 기술력 확보를 위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부품 수급이 원활하고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조정을 통해 공급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안정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위해 협력사와 협의해 연간 발주하는 것을 추진 중이며, 우선 내년 물량에 대해서는 연간 발주를 완료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 부문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테슬라는 이미 자체 설계한 칩을 탑재하고 있고 토요타도 최근 반도체 전문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부품업체와 반도체 합작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어떤 업체가 안정적으로 반도체 부품 수급을 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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