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SLBM 발사 '대화 무드' 찬물 끼얹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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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해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관측됐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오늘 오전 10시 17분경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LBM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신포는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을 수리·건조 중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10월 바지선에서 북한의 SLBM 북극성-3형 시험 발사 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에 잠수함 발사가 성공했는지는 정밀 분석 중이라고 한다.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은 은밀한 선제공격과 보복 타격을 할 수 있어 차세대 전쟁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매우 우려스러운 사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심각한 우려
핵잠수함 도입 등 군비 경쟁만 부추겨

북한은 UN 안보리 제재와 민생 파탄에도 불구하고 줄곧 핵무기와 미사일 무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군사력을 부단히 키우는 것은 혁명의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네 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날 청와대서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최근 우리와 미·중·일·러 등 주요국 간 활발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미사일이 발사된 19일에는 서울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 등 한·미·일 3국 정보 수장들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미국에서도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북한 핵 문제,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주민 인권 보호와 함께 ‘종전선언’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다. 북한의 핵 무장과 미사일 도발은 2019년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마비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한국과 주변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남북한은 이미 수백만 명이 희생되고 국토가 파괴되는 참담한 전쟁을 겪었다. 휴전 이후 70년째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한반도 평화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이란 몰락의 방향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한국과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과 핵 무장 논의 등 군비 경쟁만 부추길 뿐 어떠한 미래 지향적인 결과도 도출할 수 없다. 현재로선 대화를 통한 평화의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힘들더라도 북핵 억지력을 갖추면서 평화와 협력을 확대하는 길로 차근차근 나가야 한다. 북한도 대화 테이블에 앉아 한민족 번영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민족적, 역사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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